홍은표 < 경제학 박사·OECD 실물통계 팀장 >

오는 9월1일은 13번째 맞는 통계의 날이다.

통계의 중요성은 가계를 비롯해 나라 경제에 이르기까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스며들어 있다.

지난 1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일을 하며 회원국들이 정책 대안을 낼 때 통계자료에 근거한 분석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는 지를 잘 지켜볼 수 있었다.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쓰고 있는 유로권의 성공 과정을 한번 보자.1유로에 약 1.07달러로 출범한 환율이 0.83달러까지 지속적으로 평가절하되는 동안 회원국들로부터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ECB)은 유로화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이에 ECB의 금융통화위원회는 "ECB의 임무는 유로권의 물가상승률을 연 2%이하로 유지하는 것인데,유로권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하고 있어 ECB는 보수적인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단순명료하게 정책방향을 밝혔다.

이후 유로화는 출범한 지 10년도 못 된 2007년 8월 환율이 1유로당 1.4달러로 비싸지면서 글로벌 통화로서의 위치를 다졌다.

이 성공의 배경에 유로권의 통합소비자물가지수(HICP)라는 통계지표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ECB는 물가지수에 근거한 물가상승률 예측치를 신뢰하고,이를 통해 경제규모 및 현안이 다른 유로권 13개 회원국들이 합의된 정책대안을 선택하게 하고 있다.

우리의 통계분야도 많은 발전을 하여 현재 통계법에 의거 승인 받은 통계(공식통계)가 약 1000종이나 된다.

작성의 시의성 등도 OECD 회원국 중 상위에 위치하며,대부분의 공식통계가 국제연합(UN),OECD 등 국제기구에서 권장하는 방법에 따라 작성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공식통계는 외형적으로 세계의 어떤 나라와 견주어도 별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공식통계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약하고,정책을 입안할 때 통계는 보조자료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우리 통계의 내부적인 질이나 환경에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공식통계 간의 호환성을 늘려야 한다.

우리 공식통계는 분산형 환경에서 작성되고,이의 조정을 통계청이 하고는 있으나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공식통계 간의 호환성은 정책의 일관성 및 효율성을 위해 반드시 유지돼야 하며,조정업무를 위해 국가통계위원회의 활동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

위원회 내에 주요 통계별로 상임위원을 임명하여 통계 간의 호환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국민들이 통계의 필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통계를 개발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임대료 조정을 '건설비용지수'라는 통계의 변화률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월세 집에 살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이 자료를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 결과 국민들의 삶 속에 통계가 녹아 있다.

우리도 이런 통계를 개발해 국민과 통계간 의 간극을 좁히고,기초자료 제공 및 통계의 이용에 국민들이 적극 참여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셋째,우리 사회의 모습이 통계를 통해 보다 잘 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통계 속의 우리 모습은 작성방법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학의 국제화 정도를 대학 내 '외국인 학생의 비율' 또는 '외국소재 대학원에 진학한 졸업생의 비율'로 판단할 수 있는데,후자를 선택하면 우리 대학의 국제화 수준이 보다 높게 나타날 것이다.

통계의 작성기법은 통계 관련 국제모임에서 결정되므로,우리 통계기관도 이런 모임의 활동에 많이 참여하여야 한다.

끝으로,지난 2년간 3명의 통계청장이 임명되는 현실이 조금 우려가 된다.

OECD 회원국 통계청장의 평균임기는 5년이 넘는 데 반해,우리 통계청장의 임기는 지나치게 짧다.

통계청장직이 경제부처 고위직 인사의 순환고리에서 벗어나 통계정책을 보다 독립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