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글로벌화에 성공하려면 중앙 정부는 비켜줘야 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메가트렌드'의 저자이자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 중국 난징대 교수(78)는 30일 "최근 한국 정부가 (민간부문의) 여기저기에 개입하고,침입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글로벌화를 위해선 탈중앙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나이스빗 교수는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주최 조찬강연에서 "세계 경영계의 가장 큰 트렌드는 글로벌화이며 이를 위해선 경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이스빗 교수는 탈중앙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들었다. 그는 "중국의 성공은 국가 차원이 아니라 각 지자체 간 원활한 경쟁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이 하나의 단일한 체제라고 말하지만 사실 중국은 124개의 싱가포르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홍콩이 중국화될 것을 우려했지만,반대로 중국이 홍콩을 따라 변했다"며 중국의 탈중앙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대 사례로는 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 경제권으로 불리는 인도를 꼽았다. 나이스빗 교수는 "인도는 하나의 경제로 통합돼 있고,정부의 반기업적 규제로 30년 동안 새 공항을 짓지 못할 정도"라며 인도 경제를 폄하했다. 그는 "정보기술(IT) 산업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은 정부와 상관없이 발전시켰기 때문"이라며 규제 철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나이스빗 교수는 글로벌화에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한국의 국민소득이 40년 전 130달러에서 2만달러로 늘어날 수 있었던 건 세계 경제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화의 혜택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세계 무대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여기에서 국가의 역할은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스빗 교수는 이어 "국가가 무엇을 보상하고 무엇을 처벌하는지를 보면 그 국가와 기업을 알 수 있다"며 "국가는 혁신과 기업가정신에 대해 보상해 기업친화적이고,혁신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에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아닌 '진화를 통한 혁신'을 주문했다. 나이스빗 교수는 "지금 우리는 '진화의 세계'에 살고 있다"며 "다음에 올 큰 것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기존의 기술을 진화시킨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폰은 신기술이 아니라 기존의 기술을 적절하게 혁신시킨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정보와 미디어 산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치 자동차의 첫 등장 때와 유사하다는 설명. 처음 자동차를 만든 회사보다 이를 상업적으로 대중화시킨 미국 포드같은 회사가 더 많은 돈을 벌었듯이,정보산업과 미디어산업에서도 시장이 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 승리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이스빗 교수는 또 기업들에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에 유념해야 고객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