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식물의 유전자를 찾아냈다.

농업진흥청 농업생명공학연구원의 정미정 박사팀은 외부 소음을 완전히 차단한 실내에 100여개의 벼 유전자를 넣은 생육상(유전자를 배양하는 상자)을 설치하고 이들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준 결과,일부 유전자가 음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비롯해 14곡의 클래식 음악을 지속적으로 들려준 결과 125~250㎐(헤르츠)의 특정 저주파 대역에서 'rbcS'와 'Ald'로 불리는 두 종류의 유전자가 활발하게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20㎑)로 들려 주었을 때는 아무 반응이 없었고 50㎐ 이하의 저주파 대역에서도 활동이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했다는 것.

이 연구 결과는 농생명분야 저널인 '물레큘러 브리딩즈' 최근호에 게재됐으며 영국에서 발간되는 과학 월간잡지인 뉴사이언티스트 최신호에 실렸다.

정 박사는 "이 두 유전자를 소리에 따라 식물의 주요 기능을 통제하는 다른 유전자를 작동시키고 중지시키는 스위치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벼의 경작지에 음악을 틀어 줌으로써 작물의 개화와 숙성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