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 있던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가 서서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개인서비스업 등에서 경기회복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들과 금융·보험업 등 일부 업종에만 한정돼 있던 경기회복의 온기가 서서히 '윗목'으로 퍼져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규 취업자 수가 6,7월 두 달 연속 정부 목표치(전년 동기 대비 30만명 증가)를 넘어서는 등 고용 여건이 좋아지면서 내수소비가 살아나고,이에 따라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서비스업 활동동향'에 따르면 도·소매업 생산은 작년 같은 달 대비 7.1% 늘어 전달의 증가율(3.7%)에 비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전체 서비스업 부가가치생산 역시 2002년 10월 이후 4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9.8%)을 기록했다.

지난해 파업에 따른 반사효과로 자동차 판매 등이 늘어난 영향도 있었으나 도매업에서 건축자재와 철물(15.9%) 기계장비와 관련용품(9.1%) 가정용품(5.9%) 판매가 늘어났고,소매업에서는 가정용기기(16.1%)와 의약품(11.4%) 판매가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좋았다.

숙박·음식점업에서는 휴양콘도운영업(16.8%)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여관업(5.2%)과 호텔업(4.1%)도 상당히 늘었다.

개인서비스업(이·미용 목욕 세탁 예식 등)은 지난 6월 증가율이 0.6%에 불과했으나 7월에는 2.2%로 높아졌다.

최인근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그동안 둔화 내지는 상대적인 부진을 보였던 도소매업과 개인서비스업,숙박업과 음식점업 등 체감경기와 밀접한 업종도 증가세가 소폭 확대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영화 관람객 수 증가 등에 힘입어 오락·문화·운동관련 서비스업이 15.1% 증가하고 금융 및 보험업이 22.0% 늘어나는 등 서비스업이 전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건설경기 부진의 여파로 부동산중개업 및 감정업(-17.8%)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7월 산업생산과 서비스업 활동이 예상밖의 호조를 보임에 따라 정부와 연구기관들이 예측한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회복이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수출과 내수소비,서비스업 활동 등 실물경기 전반에 강한 상승 탄력이 붙고 있기 때문이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내수지표 개선이 보태져 경기회복에 한층 탄력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브프라임 여파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건설투자 부진 등 불안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경기상승 흐름을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실물경제가 서브프라임발(發) 위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경기회복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충격이 실물 경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8,9월 경기지표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경기전망은 밝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제조업의 전망BSI는 95로 8월(89)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7월(86)부터 시작된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4월(97)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업들의 경기전망지수가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대기업(5포인트 상승)보다 중소기업(7포인트 상승)이 느끼는 분위기가 더 좋았고,수출기업(7포인트 상승)과 내수기업(6포인트 상승) 가릴 것 없이 모두 경기를 좋게 보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경제는 사람들의 심리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향후 경기를 좋게 보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실제로 그렇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