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정보기술(IT)·자동차는 흐리고 금융·물류·식음료는 맑고….' 올 하반기 일자리 기상도를 간단하게 표현하면 이렇다.

얼핏 수출 및 기술 업종과 내수 산업 간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채용을 줄이는 분야는 대부분 전기전자 IT 자동차 등 국내 산업 기반을 짊어지고 있는 주력 업종들이다.

올해 구직난이 예상되는 이유다.

실제 인크루트가 삼성 등 538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대졸 신입 및 경력직 채용 계획을 조사해 30일 발표한 '2007년 하반기 채용 전망'에 따르면 채용 규모가 작년 하반기에 비해 9.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투명한 국내외 경영 환경을 감안,삼성전자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보수적인 사업 전략을 짜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기전자·IT 주력업종 먹구름

그동안 채용 시장을 이끌어 왔던 전기전자·IT·자동차 등의 업종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가 아직 채용 계획을 확정짓지 못한 가운데 하이닉스반도체 등 84개 전기전자 업체들이 하반기에 채용할 인원은 모두 4798명.이는 이들 84개사가 지난해 하반기(6213명) 채용한 인원에 비해 무려 22.8%나 줄어든 것이다.

특히 각 사업부별 경영 진단과 함께 구조조정에 들어간 삼성전자가 올해 신규 채용을 상당폭 줄일 가능성이 높아 전기전자 채용 시장의 체감도는 훨씬 낮아질 전망이다.

송민호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전기전자 기업의 경우 글로벌 경쟁에 주안점을 두면서 국내보다는 해외 부문 확장에 치중하고 있고 경영의 우선 순위도 수익성에 맞추고 있다"며 "이런 연장선 상에서 국내 인력 충원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IT도 마찬가지다.

조사대상 업체 29개사가 지난해 하반기에는 1506명을 뽑았으나 올해는 1185명으로 21.3% 줄였다.

반면 내수경기 회복과 함께 금융·물류·식음료 등의 채용 시장은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은행 증권 등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종은 우리은행 등 채용 계획을 결정한 34개 업체가 작년 하반기보다 8.4% 많은 1898명을 새로 충원할 예정이다.

식음료 업종은 3.7% 증가한 1351명,물류운송은 9.4% 늘어난 572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융권의 경우 소비경기 회복 및 증시 상승세 등의 요인으로 이익 규모가 커지고 있어 당분간 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기업 채용계획 축소 잇따라

올 상반기 2500명을 채용했던 삼성전자는 당초 올 하반기 2000여명의 인력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었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자체 경영 진단 등을 감안할 때 신규 채용 규모가 2000여명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역시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LG전자도 최근 지원 인력을 현장으로 재배치하는 등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작년에 비해 줄어들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인크루트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당초 채용계획 변경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기업(직원 1000명 이상)은 22.1%가 "계획을 바꿨다"고 답했다.

주요 기업별로는 하이닉스반도체가 9월 초 신입 500여명을 채용하고 한국수력원자력도 다음 달 상반기와 비슷한 200여명의 신입 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