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화합의 기치 아래 마련한 1박2일간의 단합대회가 '반토막'으로 치러지면서 경선 후유증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선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30일 전남 구례 지리산 중턱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합동 연찬회와 산행에는 박근혜 전 대표는 물론 박 캠프의 대다수 의원들이 불참했다.

김무성·허태열·최경환·유승민·김재원·이혜훈·유정복 의원 등 박 캠프에서 일했던 핵심 인사 25명은 해외출장,국회 상임위 활동,건강상,개인사정 등을 불참 이유로 들었다.

집단적인 불만 표출 해석을 넘어 자칫 '그들끼리'의 세력화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갈등을 우려한 듯 이 후보는 연단에 오르자마자 화합을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박 전 대표 측에) 연락은 해봤느냐,만났느냐고 묻는다"며 "화합은 인위적,과시적으로 보여지기 위한 게 아니라 물 스며들 듯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자연 화합론'이다.

이 후보는 또 "우리가 원래 한편인데 굳이 잘못했다,미안하다 이럴 게 아니라 마주보고 한 번씩 웃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특히 "우리가 화해하려고 회담을 할 거냐 뭐를 할 거냐"며 재차 "진정성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밝혀,당분간 박 전 대표와의 공식적인 만남과 같은 '행사'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후보는 "우리가 경쟁하고 싸웠기 때문이라기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인 소명,정권교체를 위해 화합하지 않으면 안 될 당위성이 있다"며 "전당대회날 마지막 3분에 박 전 대표의 (결과 승복) 말 한마디는 우리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이어 "저는 형식도 타파하고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실용적으로 나아가며 국민들의 요구를 하나씩 해결하겠다"며 "그 점에서 조금 생각이 다르더라도 잘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는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한 당 개혁과 당의 외연 확대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최근의 경기 회복이 '착시'라는 주장도 폈다.

그는 "토지보상비로 나가는 돈이 돌면서 경기가 좋아 보인다"며 "정권 말기 내수가 나아지면서 경제가 좋아 보이는 듯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다음 정권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례=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