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발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혼란에 휩싸이자 월가의 거물들이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축복의 시간'이란 의견을 잇따라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관론에 휩싸인 세계 금융시장에 복음의 목소리를 처음 전한 주인공은 '가치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이었다.

그는 지난달 16일 미국 경제전문 채널인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있을 때 진정한 기회가 온다"고 주장했다.

혼란이 발생하면 가치를 잘못 산정할 가능성이 커지며,저렴한 가격에 '알짜'를 골라 주을 수 있는 요즘 증시야말로 투자가들에겐 '행복한 시간'이란 얘기다.

실제 버핏은 이번 사태를 기회로 활용해 금융주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산설에 휩싸인 미국 최대 모기지 업체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을 인수할 가능성도 흘러나왔다.

버핏 회장의 뒤을 이은 복음 전도사는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윌버 로스 WL로스 회장.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신용위기가 리스크를 감수하는 투자자들에게 저가 매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며 자신이 운영하는 사모펀드회사 WL로스를 통해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파산 선고를 받은 미국 알트에이(서브프라임과 프라임의 중간단계 대출)급 모기지 업체 아메리칸 홈모기지에 5000만달러를 긴급 대출해주면서 서브프라임 투자에 첫발을 내디뎠다.

'채권 황제' 빌 그로스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를 운영하고 있는 그로스는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좀더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떠안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3개월간 저가매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은 데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까지 제기되는 현재의 상황이 '진짜 투자 기회'인지 여부에 대해선 월가에서도 논란이 많다.

하지만 투자 귀재들의 '역발상 투자법'은 일반 개미들도 눈여겨 볼만하다는 시각이 강하다.

역발상 투자란 남들이 한 곳의 투자 대상으로 몰릴 때 오히려 반대로 움직여 수익의 기회를 확대하는 투자법이다.

'거꾸로 가야 돈을 번다'는 전략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다수의 투자자가 공포에 휩싸여 시장에서 도망치고 있지만 노련한 고수들은 이번 사태를 또 한 번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물론 역발상 전략이 남들과 무조건 반대로 가는 '청개구리식 투자'를 의미하진 않는다.

역발상 전략도 일정한 조건을 갖춘 종목에 한정을 짓는 '선택적' 접근이 필요하다.

폭락장 속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쟁 우위가 있는 기업 주식을 골라 매수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워런 버핏을 세계적인 부자로 만든 비법인 '선택적 역발상 투자 전략'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