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리스크 불변의 법칙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으로 한동안 주식시장은 장중 100포인트 이상의 등락을 경험하는 등 요동을 겪었다.
요즘 들어 다소 진정되었다지만 여진의 우려는 채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즉 리스크가 확대되었음을 뜻한다.
금융산업의 역사는 리스크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광풍에서부터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르기까지 금융공학은 리스크와의 응전으로부터 발전했다.
이제는 리스크를 단순하게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가공,분산,이전하여 상품화하는 경지에 도달했다.
CMO(Collateralized Mortgage Obligations) 또는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회사들은 보유 중인 대출채권을 증권화 및 리스크 분할 과정을 거쳐 거래가 가능한 자산으로 만든 뒤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물론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전제에선 금융시장의 리스크는 이 같은 구조화 금융상품 등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되고,최적의 상태로 재분배될수 있다.
그렇지만 당장 증시만 봐도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커진 듯 하다.
시장에 거품이 생기면서 참여자들의 판단이 왜곡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리스크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이와 연관이 깊다.
대출은행들은 자체 리스크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언제든지 전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투자은행들도 이런 채무들을 증권화하면서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데에만 급급했다.
사실 부동산 값 하락이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채무불이행이나 연체에 따른 직접적인 손실은 약 10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미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데도 전세계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것은 리스크의 유동화 작업이 워낙 복잡하게 이뤄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포함된 파생상품과 구조화 상품들로 인해 향후 발생될 손실의 규모를 가늠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따지고 보면 최첨단의 금융공학 기법을 적용해도 리스크의 총량을 줄일 수 없다.
'질량불변의 법칙'과 같은 원리다.
문제는 리스크를 쪼개고 옮기면서 리스크가 감소한 양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착시 현상 탓에 리스크가 더 커지거나 심지어 새로운 리스크까지 생길 수 있다.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분산하기 위해 개발된 금융상품이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낳은 셈이다.
결국 리스크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제도나 금융기법의 결함에서만 찾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닐 성 싶다.
이보다는 '고수익-저위험'이란 환상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이 리스크의 진앙일 가능성이 높다.
2002년 7월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전염성 탐욕(infectious greed)이 우리 경제계를 휘어잡고 있는 것 같다"고 증언한 바 있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합리성과 절제된 욕망을 갖지 않는 한 앞으로도 예기치 못했던 숱한 리스크로 인한 고통을 면할 수 없을지 모른다.
최승욱 논설위원 swchoi@hankyung.com
요즘 들어 다소 진정되었다지만 여진의 우려는 채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즉 리스크가 확대되었음을 뜻한다.
금융산업의 역사는 리스크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광풍에서부터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르기까지 금융공학은 리스크와의 응전으로부터 발전했다.
이제는 리스크를 단순하게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가공,분산,이전하여 상품화하는 경지에 도달했다.
CMO(Collateralized Mortgage Obligations) 또는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회사들은 보유 중인 대출채권을 증권화 및 리스크 분할 과정을 거쳐 거래가 가능한 자산으로 만든 뒤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물론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전제에선 금융시장의 리스크는 이 같은 구조화 금융상품 등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되고,최적의 상태로 재분배될수 있다.
그렇지만 당장 증시만 봐도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커진 듯 하다.
시장에 거품이 생기면서 참여자들의 판단이 왜곡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리스크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이와 연관이 깊다.
대출은행들은 자체 리스크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언제든지 전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투자은행들도 이런 채무들을 증권화하면서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데에만 급급했다.
사실 부동산 값 하락이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채무불이행이나 연체에 따른 직접적인 손실은 약 10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미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데도 전세계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것은 리스크의 유동화 작업이 워낙 복잡하게 이뤄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포함된 파생상품과 구조화 상품들로 인해 향후 발생될 손실의 규모를 가늠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따지고 보면 최첨단의 금융공학 기법을 적용해도 리스크의 총량을 줄일 수 없다.
'질량불변의 법칙'과 같은 원리다.
문제는 리스크를 쪼개고 옮기면서 리스크가 감소한 양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착시 현상 탓에 리스크가 더 커지거나 심지어 새로운 리스크까지 생길 수 있다.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분산하기 위해 개발된 금융상품이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낳은 셈이다.
결국 리스크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제도나 금융기법의 결함에서만 찾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닐 성 싶다.
이보다는 '고수익-저위험'이란 환상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이 리스크의 진앙일 가능성이 높다.
2002년 7월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전염성 탐욕(infectious greed)이 우리 경제계를 휘어잡고 있는 것 같다"고 증언한 바 있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합리성과 절제된 욕망을 갖지 않는 한 앞으로도 예기치 못했던 숱한 리스크로 인한 고통을 면할 수 없을지 모른다.
최승욱 논설위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