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디-워' 등 블록버스터의 틈새를 뚫고 이른바 '작은 영화'들이 선전하고 있다.

홍보·마케팅이나 스크린 수에서는 일반 상업영화에 뒤지지만 잔잔한 감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흥행작들이 잇따르고 있다.

30일 영화배급사 진진에 따르면 지난 22일 종영된 김명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학교'는 전국에서 총 7만16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다큐멘터리 흥행 사상 최고 기록이다.

지난해 '비상'의 관객 수 3만9492명보다 두 배가량 많다.

일본 홋카이도 조선학교 학생들의 훈훈한 일상을 담은 이 영화는 지난 3월29일 서울 8개관에서만 선보였다가 부산·대구·광주·울산·인천·전주로 확대 개봉됐다.

6월27일 서울 상영이 끝난 뒤에는 관객들의 잇단 요청으로 대학로 하이퍼텍나다에서 재상영됐다.

진진 관계자는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3개월간 장기 상영된 데다 유료 단체 관람객 수만 무려 3만3000여명에 이르는 '조용한 대박'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6월20일 개봉된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도 아름다운 영상과 첫사랑의 아련함이 크게 어필하면서 관객 수 2만3000명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이 영화는 단 두 벌의 필름으로 서울 상암·용산 CGV에서만 상영됐지만 높은 호응으로 전국 확대 개봉에 성공했고,아직도 서울 중앙시네마에서 상영되고 있다.

수입·배급사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손익분기점이라고 본 관객 1만명의 두 배가 넘는 흥행을 거두고 있다"며 "객석 점유율이 아직도 80% 정도 돼 9월 초까지 계속 갈 것"이라고 밝혔다.

'초속 5센티미터'보다 한 주 전인 6월14일부터 관객을 찾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수입·배급 CJ엔터테인먼트)도 지난달 말 종영까지 전국 관객 5만5000명을 끌어모으는 돌풍을 일으켰다.

서울 4개를 포함해 전국 6개관에서 올린 성적 치고는 놀랍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타임 리프' 능력을 갖게 된 사춘기 소녀의 시간과 삶에 대한 성찰은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까지 받았다.

이외에도 최근까지 '타인의 삶' '스틸 라이프' '열세살 수아' 등이 호평과 호응 속에 소리소문없이 관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CJ엔터 관계자는 "'작은 영화'들의 '깜짝' 흥행에는 깊은 성찰을 담은 주제와 독특한 소재,독립 영화관의 활성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국내 관객들의 취향이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