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영 부산대 법과대학장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시대가 오면 지방 인재들이 과거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로스쿨 정원이 균형을 맞출 경우 지방 인재들이 굳이 수도권으로 갈 필요가 없어져 문화나 인재 격차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 학장은 "지방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자연스레 지역 사회의 지도자들로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부산대의 경우 지역 특화산업인 금융과 해운 통상분야에선 국내 최고의 전문 법조인들을 양성하겠다"고 자신했다.

-최근 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에서 '하나의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최소한 1개 이상의 로스쿨이 설치되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는데요.

"개인적으로 '1도 1로스쿨'제는 반대합니다.

하지만 로스쿨은 수도권과 지방에 균형있게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수도권 집중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도권에만 로스쿨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죠.거점 지방도시에 있는 국립대학에만 설치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봅니다.

그동안 훌륭한 인재를 양성해온 정통 사학과 국립대학 간에도 균형이 이뤄져야 합니다."

-학교당 최대 150명으로 하는 로스쿨 정원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원 제한은 서울지역 대학의 인원을 줄이고 지방대학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정원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실제 서울지역 대학의 정원을 200∼300명으로 늘리면 교수 충원이 필요하겠죠.현재 교수들의 학교 이전이 심각한데,지방대학 수도권의 증원이 늘어나면 교수들마저 서울로 흡수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부산대는 150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방 로스쿨이 서울 지역의 로스쿨들과 차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울의 대학들은 대부분 모든 법 분야를 전반적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지역대학은 해당 지역에 맞는 특성을 잘 살려야 합니다.

지역정책과 함께 하는 법전문가들을 양성해야 할 겁니다."

-부산대는 어떻습니까.

"부산은 해운 항만 물류 중심지인 동시에 한국증권거래소 본사가 있는 금융도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로스쿨이 생기면 우선 해외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해운 항만분야의 내실을 다질 겁니다.

미래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금융분야의 경우 경제과 교수는 물론 업계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실무와 법이론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부산대 법대는 국내 대학 중 사법시험 배출숫자도 상위권인데요.

로스쿨이 도입돼도 그런 위치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29명의 사법시험 합격자를 배출했습니다.

전국 대학 중 7위,지역에선 단연 1위입니다.

로스쿨의 성공 여부는 우수한 인재 확보가 관건인데 이를 위해 장학제도와 기숙사를 확충하고 책임지도교수제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교수진은 어떤지요.

"현재 33명인데 이달 말 4명이 충원돼 37명이 됩니다.

앞으로 10명 정도를 더 충원할 계획입니다.

겸임교수도 뽑아 50명 정도의 교수진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최근 법실무분야를 대폭 보강했죠.국내 변호사만 10명이고,미국변호사도 2명 있습니다.

공인회계사,변리사 자격을 갖춘 교수들도 있고요.

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이었던 김승대 교수,부장검사 출신인 배기석 교수,검사였던 차정인 교수 등도 포진하고 있습니다."

-로스쿨 커리큘럼의 구성은 어떻게 될까요.

"4개의 전공으로 분류했죠.우선 특성분야인 금융해운통상법무는 보험법과 금융거래법,해상운송법,국제경제법,항만물류관계법,국제거래법 등을 배울 것입니다.

이 밖에 생활민사법무와 첨단기업법무,공익공공법무 전공도 배치해 다양한 법 내용을 배우는 전문가를 키워낼 계획입니다."

-학생 선발시 어떤 점을 고려할 예정이십니까.

"지방은 물론 수도권의 우수 인재들도 유치할 생각입니다.

때문에 가능하다면 지역대학은 인재할당제 적용을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영어와 대학 성적은 일정 기준만 넘으면 참고로 하고,법 인재에 필요한 적성검사와 인성 등 면접시험을 중시할 계획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는 법조인들을 키우고 싶으신지요.

"부산대 출신들은 대기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주요그룹 임원 승진에서 47명이 해당됩니다.

서울대 한양대 고려대 다음으로 4위 성적이죠.법조전문인도 필요하지만 기업과 연구소,학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실히 일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겠습니다."

-해외 대학과의 교류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일본 규슈대학과 오사카대학에 이어 히도쓰바시 대학과 교류를 준비 중입니다.

지난 4월 홍콩 중문대학과 교류를 시작했으며 중국 인민대학과도 교류하고 있죠.미국 에모리,캔사스 대학과도 교육교류를 추진 중입니다.

한·일·중 3개 국가 대학이 '동아시아 법형성'을 주제로 공동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정기적인 학술교류와 학점교류를 통해 공동 학위 취득을 계획 중입니다."

-정부의 로스쿨 추진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로스쿨 지정이 마치 돈으로 결정되는 느낌입니다.

인가 기준이 교수와 시설에 달려 있기 때문이죠.돈보다는 교육과 연구역량에 중점을 뒀으면 합니다.

대학들이 급작스레 교수들을 다른 학교에서 빼내 인가 기준에 맞추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약력]

부산 출생(1959년),부산대 법학과(학사·석사·박사),변호사(1988∼1996년),부산대 교수(1996∼현재),부산대 법과대 학장 취임(2006년),전공 민사소송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