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포이동에 사는 김영선씨(가명ㆍ34세)는 요즘 수영하러 피트니스센터가 아닌 집 근처 학교로 간다. 지난해 포이초등학교에 지역주민을 위한 복합 체육시설이 들어서면서 일반 피트니스센터보다 20~30%가량 싼 가격에 수영장,체력단련장 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 지하에는 공영주차장도 함께 건립돼 체육관 이용객을 비롯한 인근 주민들이 싼 주차요금으로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내 초ㆍ중ㆍ고등학교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교사(校舍)와 운동장이 전부였던 학교가 문화ㆍ체육시설,녹지공원,지하주차장 등을 갖추고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학교의 변신은 서울에 주차장,공원 등 공공시설이 입지할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학교부지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시 교육청,해당 자치구 등과 함께 지역주민의 편의를 위해 다목적 체육관 건립(시설복합화),학교 지하주차장 건설,학교 공원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수영장,헬스장 등 다목적 체육시설을 학교 안에 건립하는 시설복합화 사업은 포이초를 비롯한 34개교가 완료,현재 운영 중이다. 또 정목초(양천),언북초(강남) 등 12개교가 공사 중이며 논현초(강남),신도림고(구로) 등 10개교는 설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지하주차장은 13개교(1654면)의 공사가 완료돼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8개교(1055면)에 추가 건설되고 있다. 학교 담장을 허물고 운동장 주변과 빈터에 나무를 심어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학교공원화 사업은 작년 말까지 540개교가 사업을 완료됐으며 올해 91개교의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학교공원화(서울시 조경과) 수영장 등 체육시설(체육과) 지하주차장(주차계획과) 사업 등이 부서별로 따로 이뤄져 행정낭비와 중복투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학교는 교육청 관할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무조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하주차장은 학생들의 안전과 환경문제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곳이 적지 않은데다 시설복합화 사업의 경우 예산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종합적인 추진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창수 경원대 교수(도시계획학)는 "서울시가 전체적인 도시계획을 관장하는 만큼 학교를 비롯한 공공시설의 기능변화에 관한 마스터 플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 전에라도 종합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부서 간 협조체제가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이경준 인턴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