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뉴욕 월가에서는 10년 주기설이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10년 주기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매 10년마다 '0000'년을 전후로 주가가 폭락한다는 설이다. 1980년대 진입을 앞두고 발생한 2차 오일 쇼크,19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서자마자 각각 일본의 자산거품과 정보기술(IT) 산업에 낀 거품이 붕괴되면서 세계 증시가 일대 혼란을 겪었다. 이때 세계 주가는 시기별로 평균 30% 정도 폭락했고 조정기간도 1년 이상 지속됐다.

다른 하나는 매 10년마다 '0007년'을 전후로 주가가 하락한다는 설이다. 1977년 한국의 건설주 파동,1987년 미국의 블랙 먼데이,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세계 증시가 하락했던 시기를 들 수 있다. 이때 세계 주가는 시기별로 평균 10% 정도 하락하고 한 달 안에 조정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같은 10년 주기설이라도 '0000년'과 '0007년'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달랐다.

우선 '0000년'을 전후로 한 주가하락기는 증시의 기초여건이 악화될 때 발생했다. 경기순환상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에 들어설 때 세계 각국의 금리인상으로 유동성이 위축돼 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오랫동안 조정을 받았다.

이때는 경기사이클을 토대로 주식을 미리 매도해 현금을 보유한 사람일수록 상대적으로 손실을 적게 봤고 워런 버핏을 비롯한 세계적인 주식부자(super rich)들이 언론 등에 노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반면 '0007년'을 전후로 한 주가하락기는 세계 경기나 기업실적 등 증시 기초여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그 이전까지 주가가 너무 올라 거품(예:미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6~17배 내외) 우려가 제기됐던 시기에 특정사건을 계기로 세계 증시가 조정을 거친 면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후 세계 주가가 2~3년 동안 상승사이클을 탔다는 점도 똑 같다. 따라서 증시상황에 부화뇌동한 사람들은 큰 손실을 본 반면 주식을 저축처럼 장기투자하거나 주가하락시에 주식을 추가적으로 매입한 사람들은 큰 이익을 거둬 명암이 엇갈렸다. 특히 주도주를 산 사람들은 흔히 시장에서 '대박이 났다'할 정도로 큰 이득을 거두었다. 이들에게는 이때의 주가하락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조정'인 셈이다.

아직까지 서브프라임 사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재할인율 인하와 이달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때문인지 이미 한국 증시 내에서도 정보기술(IT)이냐 중국 주식이냐를 놓고 논쟁이 일 정도로 향후 대내외 증시를 주도할 업종에 시장참여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에는 아시아 수출업종이,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에는 미국의 정보기술(IT) 업종이 주도주로 부각되면서 이 업종에 투자한 사람들이 대박을 냈다. 한 가지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은 당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지고 경기사이클을 주도한 업종이 대박주가 된다는 사실이다.

최근 들어서는 인구와 부존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이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각되고 이들 국가들의 주력업종이 세계 경기 사이클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중국의 전통적인 제조업종들이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주도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중국 증시가 가장 영향을 덜 받았고 오히려 철강,조선,건설 등 중국 주력업종의 주가가 올랐다는 것은 향후 주도주 혹은 대박주와 관련해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지 않나 생각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