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자업계의 라이벌이었던 LG전자와 대우일렉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유럽의 LCD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LG전자를 위해 대우일렉이 'LG' 로고를 붙인 LCD TV를 대신 생산해주기로 한 것.1990년대 국내외 시장을 놓고 자웅을 겨루던 두 회사가 제품 생산을 제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IFA 전시회'에서 기자와 만나 "LCD TV 공급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대우일렉 폴란드 공장과 19인치 및 20인치 LCD TV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LG전자가 대우일렉에 맡긴 위탁생산 물량은 일단 올 연말까지 10만대 수준이며,내년부터는 수십만대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일렉도 이에 발맞춰 조만간 폴란드 공장 증설에 나서기로 했다.

LG전자가 LCD TV 위탁생산에 들어간 가장 큰 이유는 자체 시설만으로는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2600만대 수준인 유럽 TV 시장 규모는 LCD TV 보급 확대에 힘입어 내년에는 3300만~3500만대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지만,LG전자의 유럽 LCD TV 공장(폴란드 브로츠와프)의 생산량은 연 240만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제휴로 LG전자는 공급 부족 현상을 극복하고 대우일렉은 여유 시설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베를린=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