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2일 모스크바에 백화점을 열었다.

1997년 러시아 현지 법인을 연 지 10년 만이다.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롯데 플라자)은 국내 백화점 업계의 유일한 해외 점포다.

이로써 2010년까지 러시아 중국 인도 베트남을 잇는 '유라시아 유통 벨트'를 만들겠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글로벌 전략이 첫 번째 닻을 올렸다.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에는 '빈폴' '오휘' 등 국내 27개 브랜드(총 입점 브랜드 중 22%)가 동반 진출,향후 한국 브랜드의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롯데플라자가 들어선 곳은 크렘린궁에서 서쪽으로 1.7km 떨어진 신(新) 아르바트 거리 한복판으로 모스크바의 심장부다.

여기에 롯데는 총 4억달러를 들여 백화점과 비즈니스 센터를 갖춘 21층짜리 복합 단지를 마련했다.

백화점은 영업면적 2만3130㎡로 지하 1층∼지상 7층까지이고 8∼20층은 비즈니스 센터,21층은 스카이 라운지로 활용된다.

내년 상반기엔 롯데호텔이 바로 옆에 들어설 예정이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는 총 121개로 국내 백화점처럼 식품,화장품,잡화,의류,가구,가전 등 전 상품군을 갖췄다.

구찌 프라다 아르마니 등 상류층 공략을 위한 명품 브랜드 매장은 20개가 들어섰다.

신 부회장은 "내년 매출은 보수적으로 잡아 1400억원 수준"이라며 "모스크바 2호점을 위한 부지를 물색해 놨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 중국 베이징에도 백화점을 개설할 예정이며 베트남,인도 등에도 백화점과 대형 마트 출점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롯데플라자에 쏠린 최대 관심사는 러시아에서 '한국형 백화점'이 통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모스크바엔 롯데플라자를 중심으로 반경 6km 안에 굼,아트리움,스톡만 등 6개 백화점이 포진해 있다.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은 "도심 한복판에 원 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모스크바에 생긴 것은 처음"이라며 "무료 주차 서비스 등 러시아 사람들이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롯데가 러시아인들을 공략할 최대 무기로 삼는 것은 '친절한 미소'와 '고객 밀착형 마케팅'이다.

모스크바 백화점들이 대부분 '미소 없는 직원'으로 악명이 높다는 점을 감안,경쟁 업체들의 약점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롯데 측은 러시아 현지 관리인을 두 차례 한국에 불러 모든 서비스 노하우를 전수했다.

4층에는 350명이 이용할 수 있는 VIP 전용 라운지를 만드는 등 공을 들였다.

한편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이 '금싸라기 땅'으로 통하는 시내 한복판(노빈스키가 8번지)에 문을 연 데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신격호 회장간의 특별한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1988년 서울올림픽때 소련을 후원하며 인연을 맺었고,1996년 푸틴 대통령이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표자회의 의장 보좌관을 지내던 당시 그곳을 방문했던 신 회장이 푸틴 당시 보좌관의 요청을 받아 지역 기관에 롯데제과의 초콜릿을 대량으로 보내주는 등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