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가는 곳에 우리 모두 간다."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송마리에 있는 케이디파워 공장.고압 전력을 저압으로 낮춰주는 수배전반 등을 생산,지난해 462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의 정문에 이르자 이 같은 문구를 새긴 커다란 화강암 안내석이 눈에 들어온다.

서진호 케이디파워 기획실장은 "10개 회사가 똘똘 뭉쳐 신뢰 관계를 구축한 '케이디파워 공동체'를 함축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자동 펀칭 로봇이 배전반 케이스용 철판에 구멍을 뚫고 있다.

작업을 지켜보던 이 회사 협력사인 탑21의 김창남 대표는 "이달 중순 아홉 번째 협력사로 입주한다"며 "케이디파워로부터 지원받은 5억6000만원짜리 로봇기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로봇은 물론 모든 시설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케이디파워가 이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을 1만6500㎡(약5000평) 규모의 자사공장에 입주시켜 생산공간·설비·복지시설 등을 공유하는 사설공단 형태의 중기공동체를 운용하고 나서 관심을 끈다.

인사 재무 등의 일반 경영은 회사별로 독립을 유지하면서도 제품전략과 납품가 등에 대해서는 대등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는 수평적 협력 체제를 구축,모기업과 협력업체 모두가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

이 중기공동체는 용산전자상가에서 부품 유통사업을 해오던 박기주 대표(49)가 수배전반 사업에 뛰어들어 1999년 케이디파워를 창업한 뒤 2000년 경기도 광주 안산 등에 있는 신명전기 삼신기전 오성전기 3개 핵심 협력사를 현 공장으로 불러들이면서 비롯했다.

흩어져 있던 협력사가 한지붕에 뭉친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당장 물류비용이 사라진 것.양홍식 삼신기전 대표는 "1~2t에 달하는 부품을 싣고 오가느라 한 달에 1000만원씩 들어가던 차량운영비와 임대료 부담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고정 거래처가 확보된 만큼 접대비 등의 영업 활동비도 없어졌다.

종업원도 12명에서 30명으로 늘었고 매출도 12억원에서 45억원으로 네 배가량 증가했다는 것.

2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도 높아졌다는 게 협력사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이 공장 안에 있는 영화관 전시관 피트니스센터 커피숍 등 모든 복지시설도 공동 사용하면서 심리적 만족도가 커진 덕분이다.

수평적 협력관계와 대별되는 또 다른 경쟁력의 축은 자율경쟁을 통한 입·퇴출 원칙이다.

입주사는 모두 생산성 향상,공정개선,제품품질,납품시기 등 혁신 항목에 대해 수시 평가를 받는다.

여기서 D등급을 받으면 퇴출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2개 업체가 입주 자격에 미달해 내보냈다"고 말했다.

협력과 경쟁은 케이디파워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공동체 구성 직전인 1999년 82억원에 불과하던 케이디파워의 매출은 2000년 18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 매년 30~40%의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며 7년 만에 외형이 다섯 배 커졌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2~3개 업체를 추가 입주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