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등 대기업집단 지분구조 상세공개

'사전 규제 최소화' 정부 방침과 배치 … 논란일듯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의 최근 소유지분구조를 행렬(매트릭스) 형태로 정리한 자료를 2일 공개했다.

2004년 이후 4년째다.

재계는 국내 우량 기업에 대한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가 국내 기업의 지분구조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자료를 공표,외국 자본의 M&A를 돕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공정위는 상장사의 주식 분포는 사업보고서 공시를 통해 이미 공개돼 있고 외부 감사인의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자산총액 70억원 이상 비상장사(외감 기업) 지분 내역 역시 감사보고서 등으로 다 알려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는 '이미 알려졌거나 일반인이 접근 가능한 개별 사실'이더라도 매트릭스 구성을 통해 '새로운 전체 형상(독일어로 gesamtbild)'을 보여주는 경우엔 비밀로서 가치가 있다는 '모자이크 이론'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어떤 정보 공개됐나

공정위는 재계의 줄기찬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년 '대규모 기업집단 소유지분구조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올해 공개된 타블로이드 신문 용지 459쪽에 이르는 분량의 자료에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4월13일 기준 62개)이 공정위에 제출한 주식 소유 현황 자료를 토대로 각 그룹의 소유지분구조를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우선 계열사별로 그룹 회장이 가진 주식 수와 지분율,그리고 민법상 친족(8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이 보유한 주식 수,이들과 관련 있는 비영리법인의 소유 지분율,임원 소유 및 자사주,계열회사 보유 지분율 등을 정리한 소유구조 현황이 담겼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면 이건희 회장의 지분율은 1.61%(우선주 포함)며 친족이 1.2%를 갖고 있고 비영리법인(0.29%) 임원(0.55%) 자사주(14.21%) 계열회사(10.85%)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음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놨다.

여기에 함께 실린 소속 회사 간 출자구조 자료를 조합하면 계열회사 지분이 삼성물산(3%) 삼성생명(6%) 삼성화재(1%) 등에 분산돼 있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적대적 M&A에 악용 우려

이 회장 일가의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 합계는 지난해 4.2%에서 올해 3.55%로 급감했다.

계열사를 통한 간접지배를 감안해도 의결권 지분율(29%→28.74%)은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적대적 M&A 위협에 더 많이 노출됐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삼성 현대차 SK 등 8개 주요 그룹에 대해서는 출자구조도까지 그려 공개했다.

이 도표를 활용하면 출자 고리 중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에 대한 공략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는 그룹 전체가 특정 외국계 자본의 수중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M&A 전문 컨설팅회사에 근무하는 미국법자문사(미국변호사) A씨는 "공정위 자료는 기업 지배구조 연구에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도 10분만 살펴보면 웬만한 한국 우량 기업의 지분구조를 꿰뚫을 수 있을 만큼 잘 정리돼 있는 M&A 교과서"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감원 공시 등을 뒤져가며 몇 달씩 걸려 작업할 일을 한국에선 공무원들이 대신 해주니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처럼 국가기관이 주요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분구조를 정리해 발표하는 나라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단 한 곳도 없다.

설사 외국계 자본이 적대적 M&A에 나서지 않는다 할지라도 문제는 남는다.

경영권 인수 위협 등으로 주가를 끌어 올린 뒤 차익만을 '먹고 튈' 목적으로 지분 매입에 들어갈 때도 공정위 자료가 교과서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다.

M&A에 취약한 구조를 가진 회사를 고를 때 유용해서다.


◆'사전규제 최소화' 방침과도 배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공정위는 "단순히 지분이 공개된다는 것만으로 M&A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거듭 기업 지배구조를 문제삼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1월 경제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대기업집단시책'의 기본원칙으로 밝힌 '사전 규제 최소화'라는 정책 방향과 배치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는 공정위도 딱히 반박 논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투명한 회계제도 도입,증권집단소송제 도입 등 시장의 자율 감시 기능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며 "기업의 소유구조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시장원리에 따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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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환상형 순환출자 모두 해소


대기업 집단에서 대주주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지분이 여전히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두산과 현대자동차 등이 환상형 순환출자를 전부 또는 일부 해소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기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이면서 총수가 있는 4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서 총수의 소유 지분율(친족 지분 포함)은 평균 9.52%였다.

소유 지분율이란 자사주 우선주 상호주 등을 제외한 의결권 있는 주식의 비율을 말한다.

하지만 총수가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결 지분율은 40.8%였다.

총수들은 계열사들끼리 지분을 갖게 함으로써 낮은 지분율 문제를 풀고 있었다.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삼성 현대차 SK 롯데 한진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등 8개 기업집단이,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에서는 동부 현대 대림 현대백화점 코오롱 동양 현대산업개발 영풍 태광산업 한솔 등 10개 집단이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현대차의 경우 현대캐피탈이 현대제철과 기아자동차의 주식을 처분함에 따라 일부 환상형 출자가 해소됐다.

두산은 올해 2월 두산건설이 보유한 두산 주식을 처분하고 5월에는 두산엔진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 지분을 매각,환상형 출자를 모두 해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