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가 파업찬반투표 가결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정한 4일과 5일의 파업을 유보(留保)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회사와의 교섭을 위해 쟁의행위 돌입을 이례적으로 늦추기로 한 것은 어찌됐든 다행스런 일이다.

물론 좀더 유리한 협상안을 얻어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겠지만 파업이 결정되자마자 실력행사에 들어갔던 과거 행태와 비교한다면 나름대로 전향적인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는 오늘부터 재개될 회사와의 11차 교섭결과를 보아가면서 향후 투쟁일정을 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파업없는 타결을 이뤄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회사도 살고 근로자들도 함께 사는 유일한 길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차는 안팎에서 위협 받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의 투쟁만능주의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현대차에 등돌리는 소비자들이 날로 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일본의 자동차회사들이 현대차를 견제하기 위해 신모델 가격을 동결하는 등 경쟁업체의 공세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더구나 이제는 노조원들조차도 잦은 파업에 대한 피로감으로 지쳐 있다.

대다수의 현장 조합원들이 집행부에 대해 무분규타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파업 찬반투표의 찬성률이 62.9%로 최근 몇년 동안의 72∼73% 수준보다 낮아진 것은 바로 그런 노조원들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지역사회와 협력업체들의 파업결정 철회 요구가 거세지는 등 여론의 따가운 질책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국민적 여론을 외면하다가는 더 큰 화를 자초할 것임을 노조는 명심해야 한다.

엄청난 손실을 수반하는 파업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현대차와 노조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노조는 회사와 우리 자동차산업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좀더 깊이 생각해 협상에 임해주기 바란다.

1년에 1개월 이상을 파업으로 허비하면서 어떻게 노사화합을 바탕으로 질주 중인 도요타 등 외국 자동차회사들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겠는가.

현대차가 세계 자동차 메이커 톱 5에 진입하려면 노사관계 안정과 생산성(生産性) 향상부터 이룩해야 함은 더이상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노조는 말할 것도 없고 회사측도 보다 성실한 교섭으로 분규없는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의 시발점을 만들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