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ㆍ印尼ㆍ태국 등은 '눈치보기'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각각 동맹 체제를 구축하면서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놓고 '신 냉전 체제의 전주곡'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이런 틈바구니에 끼여 양 진영 중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어 향후 외교적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1일 미국과 중국이 각각 '말라바 07'과 '평화임무 07'을 통해 아시아에서 패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말라바 07은 미국을 주축으로 일본 인도 호주 싱가포르 등이 참가해 이달 말에 벵갈만에서 실시하는 합동군사 훈련의 작전명이다.

이번 훈련은 중국 견제용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최근 '반미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하이협력기구'(SCO) 국가들이 지난달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벌였던 평화임무 07에 대한 맞대응이란 얘기다.

평화임무 07은 중국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4개국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SCO 정회원 6개국 모두가 처음으로 참가해 벌인 군사 훈련이다.

양 진영이 각각 세 불리기에 적극 나서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동맹진영에는 전통적인 동맹국인 일본과 호주는 물론 몽골 인도 등이 새로운 우방으로 합류했다.

중국 동맹진영은 파키스탄 미얀마 캄보디아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은 '고래싸움'에 끼어들지 않기 위해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중립국가로 분류됐다.

그러나 뉴스위크는 양 진영 간 대결이 본격화하면서 이들 국가들도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민족주의의 부상 △대만문제,인권문제 등 역사적으로 뿌리깊은 갈등 △석유 등을 확보하기 위한 에너지 안보 등 세 가지 이유가 두 열강 간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1기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은 이를 '해양국가(미국) 대 대륙국가(중국) 간 대결구도'로 규정했다.

또 다른 외교 전문가는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의 무게 중심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신 냉전체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대결 구도가 신냉전을 불러올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미·중 간 대결 구도라고 결론짓기엔 부적절하다는 견해도 있다.

중국의 경우 냉전시대의 구 소련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서구 와 글로벌 경제에 편입돼 있는 등 상호 연관성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미국과 핵협정을 맺었지만 중국과도 적극 교역하고 있다. 호주는 미국과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였지만 중국과 무역을 확대하면서 중국의 인권문제나 대만문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있다.

한국도 한때 미국의 굳건한 동맹이었지만 최근엔 거대한 교역 상대국으로 떠오른 중국 쪽으로 기우는 양상을 보이는 등 복잡한 셈법을 갖고 있어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