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에 입학하니 걱정이 나를 짓눌렀다.

위로를 받고자 윌리엄 오슬러의 '인생의 길'을 읽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최선의 길은 하루하루를 꽉 짜인 채 살고 눈앞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내가 하버드에서 공부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을 품지 않기로 했다.'

클린턴정부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이사회 의장(69)이 회고록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미국'(김선구·신영섭 역)'에서 밝힌 과거다.

프린스턴대에 낙방하고 하버드대에 입학했으나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루빈은 그러나 불안을 동력 삼아 노력한 끝에 하버드대(경제학)를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예일대 법대 대학원을 나와 잠시 법률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월가로 진출,20여년 만에 골드만삭스 공동회장이 됐다.

백악관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을 거쳐 재무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과감한 재정적자 축소정책을 주도했다.

멕시코 및 아시아 금융 위기 등으로 촉발된 세계경제 위기를 극복한 그는 99년 6월 사임하고 뉴욕으로 돌아갔다.

가족과의 합류가 이유였지만 회고록에선 '직위에 의존해 자의식을 찾는 사람은 일자리와 자기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의 인질이 되고 만다'고 적었다.

월가와 워싱턴에서 모두 성공한 그는 최선의 결론을 내리려면 지배적 견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자기 주장을 밝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얘기한다.

세상에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중심세력들로 하여금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견해다.

그는 회고록에서 클린턴정부 시절 핵심 경제정책이던 재정건전성과 세금감면의 장점은 뭔가,개발도상국들이 발전과정에서 겪는 주기적 금융위기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등에 관해 폭넓은 의견을 피력했다.

루빈 의장이 씨티은행 한국 진출 40주년 및 한국씨티은행 출범 3주년을 맞아 내한,6일 저녁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념 만찬을 갖고 강연도 한다는 소식이다.

정부와 기업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은 루빈이 한국 경제의 앞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훈수를 둘지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