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보관 소화제, 오히려 소화장애 유발

1년지난 연고, 습진ㆍ알레르기 발생 가능성

소독용 에탄올, 뚜껑 열어두면 기능 떨어져

대다수의 가정에는 소화제나 연고 소독약 등의 간단한 상비약이 비치돼 있다.

찰과상 같은 가벼운 상처나 감기,소화불량 등 가족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가정상비약을 간편하게 이용하기 위해 무조건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거나,별 생각 없이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경우 부작용의 우려가 많다는 점이다.

병을 고치려다 오히려 질병을 부르는 역효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김상환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박은영 주임약사의 도움말로 가정 상비약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일상 생활에서 가장 오·남용하기 쉬운 약 중 하나가 소화제다.

조금만 배가 더부룩하면 아무 생각 없이 알약이나 물약 형태의 소화제를 먹는 탓이다.

그러나 잦은 소화제 복용은 오히려 위장 기능을 저하시켜 더욱 심각한 소화불량을 초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화제의 주요 성분인 판크레아틴(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소화를 돕는 성분)은 피부 발진,설사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한 알루미늄 성분이 들어 있는 제산제는 장기 복용하면 변비,소화불량을 일으키며 마그네슘이 든 제산제는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물약 형태의 소화제는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 된다.

위 속에 갑자기 차가운 약이 들어가면 오히려 소화 장애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거나 벌레에 물렸을 경우 찾게 되는 것이 연고다.

문제는 모양과 이름이 비슷비슷하다는 점.게다가 '바르는 약이 무슨 대수냐'는 식의 안일한 생각이 맞물리면서 부작용이 잦은 약 중 하나가 연고다.

특히 강한 스테로이드가 든 연고의 경우,장기간 사용하면 피부가 쪼그라들거나 모공이 확장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 교수는 "개봉 후 1년이 넘은 연고는 습진 또는 알레르기가 생기거나 피부가 두꺼워져 상처가 덧날 수 있으므로 곰팡이가 피거나 변색 또는 이상한 냄새가 날 경우 폐기해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알코올 과산화수소수 등 소독약도 세심한 관리와 사용법 숙지가 필요한 약들이다.

과산화수소나 소독용 에탄올은 뚜껑을 열어 두거나 직사광선을 오래 쬐면 산화돼 소독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처를 덧나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용 후 뚜껑을 꼭 닫아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1년이 지나면 폐기하는 것이 좋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파스도 주의가 필요하다.

파스는 크게 핫파스와 쿨파스로 구분되는데,단순 타박상이나 삐어서 순간적으로 열이 나고 부었을 때는 쿨파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타박상 초기에 온찜질이나 핫파스를 사용하면 손상 부위의 모세혈관이 확장돼 오히려 부종과 출혈을 악화시킬 수 있다.

부기와 염증이 가라앉은 뒤에는 핫파스를 사용해도 괜찮다.

김 교수는 "파스는 진통제 성분이 들어있어 한 번에 3장 이상 붙이면 몸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새로 파스를 붙일 때는 최소 2시간 정도 여유를 두었다 붙여야 습진이나 아토피 같은 피부염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