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직장인 김윤선씨(31)는 요즘 디지털 기기를 쓰는 맛에 산다.

화사한 파스텔톤 색상을 좋아하는 김씨는 최근에 산 핑크색 휴대폰이나 연두색 노트북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디지털 기기 매장에 가도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내가 좋아하는 색상을 마음껏 고르는 재미가 생겼다.

요즘 들어 국내 휴대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 색깔이 다양해졌다.

몇년 전만해도 정보기술(IT)기기는 블랙이나 화이트 실버 등 칙칙한 색상이 주류를 이뤘다.

뭐든 튀지 않는 '무난한' 색상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색깔 기호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비자의 색깔 선호양상이 한층 더 대담해졌다.

이에 발맞춰 다양한 색상을 갖춘 제품이 나오고 있다.

◆꽃분홍색 휴대폰 캔유

LG텔레콤은 최근 핑크색의 신형 캔유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휴대폰(모델명 canU701d)을 출시했다.

지난 3월 내놓은 화이트와 5월 발매한 블랙 색상이 재고가 없을 만큼 인기를 얻자 이에 고무된 LG텔레콤은 이례적으로 핑크 색상까지 내놓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핑크색깔 캔유폰에 대한 관심은 기존 화이트나 블랙에 비해서 높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여성뿐아니라 남성들도 좋아한다고 한다.

캔유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사고 싶은 마음을 참다 못해 점심시간에 대리점 갔다왔어요!(아이디:글빵)","핑크 캔유 남자가 들고 다니면 이상할까요?(아이디:sOuli)" 등 핑크 캔유에 대한 관심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철환 LG텔레콤 IMC팀 부장은 "최근 휴대폰을 비롯한 많은 IT기기들이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되는 추세"라며 "핑크색은 캔유 타깃층인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색상이라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상의 휴대폰

LG전자의 '컬러홀릭폰(모델명 LG-SC330,KC3500,LC3500)'은 하나의 모델에 14가지 각기 다른 색상을 입혔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색상을 갖춘 휴대폰이다.

버블핑크,민트,마린,서니 오렌지,마젠타 등 기존 휴대폰에서는 볼 수 없던 밝고 명쾌한 색상을 적용했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컬러 3세대 폰(모델명 LG-KH1200)을 핑크와 그린 색상으로 새롭게 내놓았다.

이 제품은 지난 3월 블랙과 화이트로 이미 시장에 선보였던 모델이다.

톡톡 튀는 색감으로 발랄한 느낌을 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컬러 열풍의 원조격은 삼성전자의 컬러재킷폰이다.

탤런트 전지현이 거침없이 재킷을 벗어던지는 TV광고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지난 2월 말 출시된 '컬러재킷폰(모델명 SCH-B660,SPH-B6600,SPH-B6650)'은 색상이 7가지다.

앞뒷면 커버를 7개 색깔로 갈아 끼울 수 있다.

소프트옐로,퓨어핑크,스카이블루,민트그린 등 4종의 '서머 스페셜 커버'를 새로운 컬러로 추가하기도 했다.

◆노트북과 MP3플레이어도 컬러 열풍

노트북 업계에도 컬러 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델이 최근 출시한 듀얼코어 노트북 인스피론 시리즈는 화이트,블랙,레드,블루,옐로,핑크,에스프레소,라임그린 등 8가지 색상을 갖췄다.

그동안 델 제품의 이미지가 너무 딱딱하다는 지적이 많다는 점을 감안,디자인과 컬러를 대대적으로 혁신했다.

소니코리아는 디자인에 민감한 소비자를 겨냥,최근 액정화면 14.1인치짜리 바이오 CR 시리즈를 4가지 색상(화이트,핑크,블루,레드)으로 내놓았다.

지난 6월 출시하자마자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MP3 플레이어 '옙 YP-U3'은 세로길이 8cm,무게 20g의 슬림한 디자인과 함께 블랙,화이트,핑크,그린,블루 등 5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

아이리버의 MP3플레이어인 '엠플레이어'는 미키마우스 디자인을 띤 개성 넘치는 제품이다.

블랙,화이트,실버,블루,핑크 등 5가지 컬러로 구성돼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의 닌텐도도 지난 7월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 라이트'를 내놓으면서 기존의 화이트,핑크,블루,블랙 등 4가지 색상 외에 메탈릭 로즈와 글로스 실버 두가지 색상을 추가로 발매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