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법무장관은 3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나 서민을 위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한 것은 그것이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퇴임식을 갖고 "우리나라 기업이 국민 경제에 기여한 공적은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하며 폄하되어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장관은 재임 시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상법 개정 추진과 불법 시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 등으로 현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는 "기업인들의 노력과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의 질은 상상할 수 없다"며 "그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게 하고,국민 누구나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터에서 안심하고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중대한 결심이 요구되는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내 판단의 기준은 항상 '국민'이었다"며 "간혹 정책을 수립하거나 업무를 처리할 때 그 배경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편향된 시각을 접할 때도 있었다"고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장관은 "사향노루의 향기는 바람을 마주해 서 있지 않아도 저절로 퍼지는 것(有麝自然香 何必當風立)"이라며 "외곬에 가까운 나의 모자라지만 똑바로 걷는 걸음을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며 말을 맺었다.

평소 소신 발언으로 정평이 난 김 장관은 퇴임을 눈앞에 둔 며칠 전에도 곧은 성품을 과시한 바 있다.

공청회장에서 앞뒤 안 가리고 소리를 질러대는 일부 이해 당사자들을 향한 질타였다.

지난달 17일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상법 개정안 공청회에는 300여명의 방청객이 몰렸다.

당시 김 장관이 인사말을 하려고 마이크를 잡자 한 방청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주제발표문을 봐야 하는데 인터넷선이 깔려 있지 않다.

평등하게 대해 달라"고 공청회 주제와 동떨어진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정부가 언제 소비자를 위한 적이 있느냐"며 호응하고 나섰고 이곳저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결국 인터넷선을 깔고 어수선한 장내 분위기를 정돈하느라 공청회는 30분 이상 지연됐다.

이후 단상에 선 김 장관의 표정은 냉랭했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언제부터 이렇게 원칙 없는 사회가 됐는가"라고 포문을 연 김 장관은 "의견을 말하려면 정정당당하게 개진하라"고 일갈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