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발(發) 위기를 우려해온 현대자동차가 급기야 세계 1,2의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경쟁업체의 공세에 밀려 판매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현대차 해외판매량의 37%를 차지한 주력 시장이어서 이번 조치는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는 올해 중국시장 판매목표를 당초 31만대에서 26만대로 5만대(16%)나 줄였다.

현대차는 또 미국시장의 올 판매목표도 55만5000대에서 51만대로 4만5000대(8%) 축소했다.

해외시장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방증이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18.2% 감소한 12만8574대를 판매하는 데 그친 베이징현대는 올 연간 판매 목표치 달성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보고 목표를 수정했다.

베이징현대가 연간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2002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베이징현대는 올 들어 판매 부진을 거듭하며 월별 판매순위가 한때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판매가 급감한 것은 폭스바겐 GM 등 선발업체는 물론 치루이 길리 등 후발 중국 토종업체들까지 사활을 걸고 치열한 가격 인하 및 판매 경쟁에 뛰어든 탓이다.

베이징현대는 판매목표 하향 조정에 이어 주력모델의 가격 인하라는 고육책까지 꺼내들었다.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제살깎기' 조치다.

베이징현대는 이달부터 엘란트라(아반떼XD) EF쏘나타 엑센트(베르나) 등 3개 모델의 가격을 일제히 인하했다.

엘란트라는 1만4000~1만5000위안(174만~186만원),EF쏘나타는 1만6000위안(200만원),엑센트는 5000~8100위안(62만~100만원)씩 내렸다.

차종별로 6.6~14.3%에 달하는 대폭 인하다.

미국에서도 현대차는 판매부진 탓에 연간 판매목표를 낮췄다.

현대차는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미국에서 총 28만106대를 판매,지난해 같은 기간(28만1240대)에 비해 판매량이 0.4%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지난해 총 203만대를 판 미국과 중국에서의 판매 감소 현상은 심각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