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2~3년간 나눠낼 수도

한국은 사업을 후계자에게 물려주기가 정말 어려웠다.

자산 100억원인 중소기업자가 자식 등에게 사업을 승계하려면 40억원 정도를 상속세 등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세금을 내고 나면 승계기업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이로 인해 결국 회사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세제구조가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대를 이어 갈 수 없게 하는 원인이 되어왔다.

일본의 경우 100년 이상 가업을 승계하는 기업이 1만5000여개에 이르는데 한국은 5개 미만이다.

세계적으로 중소기업이 발전한 국가는 오래 전에 사업자에 대한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했다.

이탈리아를 비롯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홍콩 등 선진국들이 상속세를 폐지했고 싱가포르는 상속세를 폐지하기 위해 관련규정을 개정 중이다.

독일도 10년 이상 사업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상속세를 면제해 준다.

이런 국제적인 움직임을 감안,중소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정부가 상속세 공제금액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현행 1억원인 공제금액을 2억원으로 올렸다.

2억원을 넘어설 경우 가업상속가액의 20%까지(최고 30억원) 공제해 주기로 했다.

이번 조치 덕분에 100억원의 자산을 상속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상속세로 40억원을 내야 하던 것이 30억원 이하로 줄어들게 됐다.

더욱이 가업을 승계받은 업체는 당장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이른바 '연부연납'제도를 마련해 2~3년간 세금을 나눠낼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덕분에 승계기업이 현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가업을 상속받을 수 있는 요건도 완화됐다.

상속자의 주주지분이 50% 이상이어야 하던 것을 상장사의 경우 40% 이상으로 완화했다.

그동안 상속세의 덫에 걸려 가업을 제대로 승계해 주지 못한 기업들은 이제 승계를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업승계제도는 보완돼야 할 과제가 많다.

상속자의 대표이사 재직기간을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속을 받는 사람의 승계기업 종사기간을 15년으로 한 것도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업계는 이를 10년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젠 가업상속이란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책임의 대물림'이라는 점이 강조돼야 할 시점이다.

따라서 독일처럼 고용유지 투자실적에 따라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때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