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주'라는 명칭도 이제는 무색할 지경이다.

초반 반등을 시도하는듯 했던 삼성전자가 하락 반전하면서 시가총액 2위 POSCO와의 주가 격차가 한층 더 벌어지고 있다.

4일 오후 1시51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000원(0.69%) 하락한 57만2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POSCO의 주가는 1000원(0.17%) 오른 59만3000원.

오전 한때 58만3000원까지 오르며 주가 격차를 1만원대로 좁히는 듯 했던 삼성전자가 다시 밀려나면서 양사의 주가 격차는 2만원대로 확대됐다. 이날 POSCO는 오전 한때 60만원을 넘어서며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8년여만에 처음으로 주가(종가기준)가 POSCO에 추월당한데 이어 이날 시가총액 비중도 지난 1999년 7월 이후 처음으로 9% 아래로 밀려나고 있다.

이 시각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84조2552억원으로 시가총액 비중은 8.91%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간판주였던 삼성전자가 이같은 '수모(?)'를 겪고 있는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POSCO가 절대주가뿐 아니라 상대적인 밸류에이션상으로도 삼성전자를 앞서 나가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년 단위로 움직이는 증시의 패러다임이 IT 중심에서 전통 제조업종으로 다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시가총액 증가율을 기준으로 볼 때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06년 6월 POSCO에 대한 우위를 빼앗겼으며, 시장을 주도하는 힘 역시 POSCO에 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삼성전자와 코스피 지수의 상관계수는 0.40인데 비해 POSCO와 지수의 상관계수는 0.70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돌입한 올 4월 이후에는 삼성전자의 상관계수가 0.23으로 한층 더 낮아진데 비해 POSCO의 상관계수는 0.83으로 높아져 사실상 POSCO가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위원은 "POSCO가 밸류에이션상 프리미엄을 받기 시작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위너(Winner)'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은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수익 전망이 보장된 업종 및 종목들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POSCO 주가 흐름의 차이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삼성전자의 상대적 열위도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동부증권의 송경근 연구원은 "단기적인 이익 증감율의 역전으로 삼성전자와 POSCO의 자리가 바뀌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올해 나타난 두 종목의 주가 수익률 차이는 기업실적 증가율의 차이 때문이며 이는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는 판단이다.

향후의 주당순익(EPS) 증가율로 투자 대상을 선별할 경우엔 삼성전자의 주가 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

동부증권에 따르면 올해 -17.82%인 삼성전자의 EPS 증가율이 12개월 후에는 13.99%로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POSCO는 11.78%에서 4.94%로 둔화.

이러한 실적을 기준을 한 주가수익배율도 12개월 후엔 삼성전자가 11.71배로 12.61배인 POSCO에 비해 저평가 매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반기엔 IT 업황이 좋아지면서 관련주들이 부활할 것이란 기대감도 여전히 남아있다.

POSCO에게 '왕좌'를 빼앗긴 삼성전자가 절치부심 다시 일어서게 될지 아니면 대장주의 자리를 완전히 넘겨주게 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