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딜로직 자료를 인용,아시아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액이 올 들어 현재까지 161억달러(일본 제외·발표 기준)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5년 18억달러에서 작년 39억달러로 증가한 뒤 올해는 벌써 4배 이상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관심을 모으는 딜은 대만 컴퓨터 제조업체 에이서의 게이트웨이 인수 건.에이서는 지난주 7억1000만달러의 인수가를 제시했다.

지난 7월엔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잉거솔랜드의 중기 자회사인 밥캣을 49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아시아 기업의 미국 회사 인수로는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남겼다.

앞서 6월에는 싱가포르 전자업체인 플렉스트로닉스가 미국 솔렉트론을 36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10억달러 이하 기업 인수 건도 올 들어 75건으로 작년 전체 78건에 거의 육박했다.

FT는 161억달러라는 수치에는 일본 기업의 인수·합병(M&A) 실적이 제외됐고 중국 공기업의 사모펀드 블랙스톤 주식 인수(30억달러)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더욱 놀랍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아시아 기업들의 미국 대륙 M&A 열기는 글로벌 경영 바람과 달러화 약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년 전 중국 레노버가 미국 IBM의 PC 사업을 인수하고 대만 벤큐가 지멘스의 휴대폰 사업부문을 사들인 이후 아시아 기업의 글로벌화가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의 아시아 M&A 대표인 조한 레번은 "아시아 기업들은 재무구조가 건전한 데다 자금조달 능력 또한 뛰어나다"며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아시아 지역 최고경영자(CEO)들도 이제는 해외 자산 인수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FT는 소개했다.

한편 '미국 기업 쇼핑 붐'의 원인을 제공한 달러화 약세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이날 '지금이 달러화 매도의 적기인 이유'란 제목의 FT 칼럼을 통해 글로벌 불균형(미국의 경상 적자,신흥 경제국의 저축 증가)으로 축적돼 온 많은 문제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한꺼번에 터져나올 것이라며 달러화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소비 지출과 수입 수요가 줄어 경기 침체가 오고 동시에 달러화 가치도 하락세를 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달러화 매도의 적기라고 그는 주장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