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은행인 HSBC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를 63억여달러에 인수키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내년 1월 말까지 우리 금융당국의 승인을 비롯한 여러 조건이 충족(充足)돼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있지만 외환은 매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HSBC가 외환은행을 정식 인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환은 헐값 매각 의혹사건에 대한 재판이 아직 진행중인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계약은 적절치 못한 행위임에 틀림없다.

같은 이유로 국민은행이 론스타와 맺었던 계약이 지난해 파기됐음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국민은행과 론스타의 계약이 파기된 사유와 상황은 지금도 전혀 바뀐 게 없다.

이 문제에 대한 당국의 잣대가 일관성있게 적용돼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금융감독위원회가 "외환은 매각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 따른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승인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건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외환은 매각이 장기표류하는 것은 은행의 장래,우리 금융산업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않다. 이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법 마련을 통해 책임있는 주인을 찾아주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특히 대다수 시중은행이 외국자본에 넘어가 있는 현실에서 금융주권 확보를 위해서도 국내자본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최선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국내 금융시장이 외국은행들의 각축장이 되면 우리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적지않을 것이다.

우선 이를 위한 합리적 방안이 모색돼야 하고,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를 막는 금산분리 철폐도 그런 맥락에서 적극 추진되어야 할 이유다.

하지만 외국자본의 인수가 현실적 대안이라면 그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외환은 문제에 국제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 외국인들은 우리 당국과 법원의 판단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시장의 반외자 정서와 투자매력도를 가늠하는 시금석(試金石)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의 처리 방향에 따라서는 우리나라의 반외자정서와 시장의 불확실성만 부각돼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이런 점들에 대한 고려와 함께 우리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방안이 무엇인지,정책 당국은 보다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