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봉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4일 "한국의 진보적 노동운동은 대중들의 '침묵'이라는 반란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민주노총 핵심 간부가 지금까지의 투쟁위주 운동노선을 사실상 '실패한 운동'으로 규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정책연구원장은 이날 민주노총에서 열린 '87 노동자 대투쟁 2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여 차례 이상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대중들은 움직이지 않았다"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지도부의 의지가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지나친 내부 정치논리의 과잉에 대한 대중들의 소리없는 질책인가"하고 반문했다.

그는 "진보적 노동운동은 해방 이후 만들어진 사회정치적 틀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고 그 틀을 넘어서는 운동은 내용없는 담론 수준에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며 "그것이 내부 정치논리에 의해 증폭됐고 결과적으로 대중과 진보운동의 분리현상이 심각해졌다"고 분석했다.

이 정책연구원장은 "20여년간 노동운동이 지향해왔던 평등세상,해방세상의 이념은 사회주의 몰락 이후 공허한 구호가 돼버렸다"며 "조합원들의 교육이나 의식화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지 못했고 그럴만한 내용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노동조합운동이 일정한 제도적 권력을 갖게 되자 노사 간의 담합구조가 만들어졌고 여기에서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 정책연구원장은 "비정규직 등 연대를 위한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은 중간 간부들을 설득해서 행동의 결의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조합원들에게 다가가지도 못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어 "투쟁의 주체들은 상대적으로 정규직 고임금 층이었고 이들에게 비정규직 보호라는 당위적인 수준의 명분을 가지고 직접적인 행동을 이끌어 내기에는 시스템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