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협상 10년만에 무파업 타결] 파업 악순환 고리 끊고 '상생의 역사'썼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현대자동차 노사가 1997년 이후 10년 만에 임금 및 단체협상 '무파업' 타결을 이끌어냈다.
그동안 공식화되다시피 한 '협상-결렬-파업-타결'의 고질적인 악순환 고리가 마침내 끊어진 것.현대차 노사는 이번 협상과정에서 △성실교섭 △파업자제 △여론에 귀기울이기 등의 성숙된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향후 노사상생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19년간 이어져온 파업 후유증에 시달리던 노조원들이 더 이상 실익없는 파업을 바라지 않는다는 밑바닥 정서를 표출시켰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국내 산업계의 노사관계를 대표하는 현대차 노사의 무분규 합의로 국내 노동운동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년 만에 파업고리 끊었다
이번 협상에서 노사 양측은 각각 '파업 전 일괄 타결안 제시'와 '파업 유보' 등 과거와 다른 전향적 협상태도로 '무분규 합의'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또 협상 결렬과 파업 가결 등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양측은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회사 측은 협상 초기부터 이례적으로 동종업계 수준을 뛰어넘는 일괄타결안을 꺼내들면서 조합원 설득에 나섰다.
임금과 성과급,일시금은 물론 일부 단협안까지 포함시킨 일괄타결안은 회사가 달라졌다는 신뢰감을 조합원들에게 심어줬다.
노조의 교섭결렬 선언 후에도 실무협의를 지속한 점이나,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실시되기 하루 전 회사가 노조 측에 교섭 재개를 제의한 점 등도 높이 살 만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회사 측의 교섭 태도는 조합원들의 여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파업찬반 투표에서 과거보다 10%포인트가량 낮은 찬성률을 이끌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노조도 '파업 남발'의 구태에서 벗어나 조합원들의 여론을 적극 수렴하는 성의를 보였다.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파업 수순을 밟는 '선(先) 파업,후(後) 협상'의 관행에서 탈피한 것.노조는 교섭결렬을 선언한 뒤에도 잔업을 계속했고,파업안 가결 후에도 곧바로 파업에 돌입하지 않은 채 2∼3일간 여유를 두는 등 한결 유연해진 모습을 보였다.
노조 지도부가 연초 성과금을 둘러싼 파업과 6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 정치파업에 따른 후유증으로 현장의 파업동력이 현저히 약화됐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한 점도 변화의 일면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파업을 해봐야 커다란 실익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실제 2006년 임금협상 때 '300%+200만원'의 성과금을 얻어냈지만 21일간의 파업에 따른 임금손실액이 평균 200만원에 달했다.
◆'윈윈'의 시너지효과 기대
환율 하락과 해외시장에서의 고전 등 현대차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번 무분규 잠정합의는 위기 타개를 위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업으로 해마다 발생하던 천문학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된데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생산성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만성 파업으로 상처가 났던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와 대외 신뢰도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파업에 따른 손실이 무려 1조5907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며 "브랜드 이미지와 신인도 하락,고객들의 외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손실은 더욱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화와 협상으로 충분히 합의에 이를수 있다는 귀중한 선례는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라며 "노사 모두 파업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고 노사화합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그동안 공식화되다시피 한 '협상-결렬-파업-타결'의 고질적인 악순환 고리가 마침내 끊어진 것.현대차 노사는 이번 협상과정에서 △성실교섭 △파업자제 △여론에 귀기울이기 등의 성숙된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향후 노사상생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19년간 이어져온 파업 후유증에 시달리던 노조원들이 더 이상 실익없는 파업을 바라지 않는다는 밑바닥 정서를 표출시켰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국내 산업계의 노사관계를 대표하는 현대차 노사의 무분규 합의로 국내 노동운동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년 만에 파업고리 끊었다
이번 협상에서 노사 양측은 각각 '파업 전 일괄 타결안 제시'와 '파업 유보' 등 과거와 다른 전향적 협상태도로 '무분규 합의'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또 협상 결렬과 파업 가결 등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양측은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회사 측은 협상 초기부터 이례적으로 동종업계 수준을 뛰어넘는 일괄타결안을 꺼내들면서 조합원 설득에 나섰다.
임금과 성과급,일시금은 물론 일부 단협안까지 포함시킨 일괄타결안은 회사가 달라졌다는 신뢰감을 조합원들에게 심어줬다.
노조의 교섭결렬 선언 후에도 실무협의를 지속한 점이나,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실시되기 하루 전 회사가 노조 측에 교섭 재개를 제의한 점 등도 높이 살 만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회사 측의 교섭 태도는 조합원들의 여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파업찬반 투표에서 과거보다 10%포인트가량 낮은 찬성률을 이끌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노조도 '파업 남발'의 구태에서 벗어나 조합원들의 여론을 적극 수렴하는 성의를 보였다.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파업 수순을 밟는 '선(先) 파업,후(後) 협상'의 관행에서 탈피한 것.노조는 교섭결렬을 선언한 뒤에도 잔업을 계속했고,파업안 가결 후에도 곧바로 파업에 돌입하지 않은 채 2∼3일간 여유를 두는 등 한결 유연해진 모습을 보였다.
노조 지도부가 연초 성과금을 둘러싼 파업과 6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 정치파업에 따른 후유증으로 현장의 파업동력이 현저히 약화됐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한 점도 변화의 일면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파업을 해봐야 커다란 실익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실제 2006년 임금협상 때 '300%+200만원'의 성과금을 얻어냈지만 21일간의 파업에 따른 임금손실액이 평균 200만원에 달했다.
◆'윈윈'의 시너지효과 기대
환율 하락과 해외시장에서의 고전 등 현대차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번 무분규 잠정합의는 위기 타개를 위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업으로 해마다 발생하던 천문학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된데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생산성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만성 파업으로 상처가 났던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와 대외 신뢰도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파업에 따른 손실이 무려 1조5907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며 "브랜드 이미지와 신인도 하락,고객들의 외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손실은 더욱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화와 협상으로 충분히 합의에 이를수 있다는 귀중한 선례는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라며 "노사 모두 파업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고 노사화합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