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구찌에 공급 … 매출 8년새 5.5배 성장

경기도 안산산업단지에 있는 해성아이다(대표 양영대)는 독자 기술로 개발한 최고급 피혁 원단을 세계적인 명품업체들에 공급하며 연평균 20~30%의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간 매출액이 1998년 129억원에서 지난해 820억원으로 8년 만에 5.5배나 성장,피혁산업이 중국 등으로 내몰릴 사양 업종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해성아이다는 1998년만 하더라도 경신통상이라는 이름으로 금강제화 등 국내 기업들에 가죽을 납품해 오던 평범한 회사로,외환위기 때인 1999년엔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

당시 대표적인 사양산업으로 꼽힌 피혁 제조업체인 이 회사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하지만 물류업체인 신북통운을 경영하며 경신통상과 관계를 유지해 오던 양영대 대표는 이와 다른 생각을 하고 경신통상을 인수한 뒤 이름도 바꿨다. 그는 "구두 가방 자동차 시트에 이르기까지 고급 가죽제품에는 천연 원단의 수요가 엄청나 위기를 넘기고 제대로 투자한다면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이후 외국 명품업체 공략을 목표로 세우고 '아기 살결 같은' 원단 개발연구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선 딱딱한 가죽을 부드러우면서도 질기게 만드는 기술이 요구됐다.

이탈리아에서 가죽을 처리할 때 쓰는 약품을 공수해 분석하는 등 3년간 중소기업에 부담스러운 65억원을 연구개발(R&D)비로 투자했다. 이 결과 탄생한 제품이 'MC'라고 불리는 최첨단의 고부가가치 가죽 원단.

"이 제품이 이탈리아제 가죽 원단의 품질로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부드럽지만 탄력 높은' 수준을 확보했음에도 가격은 70%에 불과하다는 게 알려지자 9HT사 등 일본 핸드백 업체로부터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지요." 시간이 더 흐르자 페라가모,샤넬,구찌,허스키,코치 등 외국 명품업체들이 자사의 협력사들에 '해성아이다'의 원단을 쓸 것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회사는 수출 증가와 함께 연 매출액이 수직 상승했다.

2004년 3000만불 수출탑을 받았고 내년에는 1억불 수출탑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 초 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한 피혁 업체를 사들인 해성아이다는 올해 말까지 120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양 대표는 "피혁도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면 국내에서 공장을 운영하더라도 인건비·오폐수 방지비용 등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닌 업종"이라며 "샤넬 구찌도 우리고객인데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