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올라갈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으로 고산씨(31·전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가 선발됐다.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5일 '한국우주인 선발협의체' 회의를 열어 우주인 후보 고산,이소연씨 중 고씨를 탑승 우주인으로 선정했다.

고씨는 내년 4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즈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라간 뒤 7~8일 동안 머물면서 우주 과학실험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차세대 반도체 테스트한다

첫 우주인 고씨는 우주에 머물며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차세대 반도체인 F램과 M램 등 특수 메모리 반도체 소자가 극한 환경의 우주에서 어떠한 성능을 보이는지를 중점적으로 실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메모리는 전극과 자성 등을 활용해 작동하는 소자로,전류가 흐르지 않아도 기억 저장 능력과 정보 처리 능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이들이 방사선이 강하고 자기장이 거의 없는 우주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가 관심의 대상으로 꼽혀왔다.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이 연구 성과를 활용하면 우주에서 필요한 각종 전자 제품이나 장비 등에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를 개발할 수 있어 차세대 고부가가치 우주 산업을 우리나라가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적 가치 5000억원 규모

고씨가 우주에서 수행하는 각종 실험은 대부분 무중력 상태에서 연구할 수 있는 과제다.

물론 이 중 실험 결과가 이미 알려진 것도 있으나 다른 환경과 조건 속에서 이뤄지는 실험이기 때문에 산출되는 데이터들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 학계와 산업계의 평가다.

백홍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이번 연구과제는 국내 과학자들의 신청을 받은 것 중에서 국내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엄선했다"며 "이들 실험이 모두 성공하게 되면 5000억원 규모의 경제적인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경병 서강대 교수팀이 제안한 무중력 상태에서의 제올라이트 소재의 합성 실험과 우주인들의 귀마개 실험 등은 그 성과에 따라 당장 산업화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광석인 제올라이트 합성 실험의 경우 이 물질이 무중력 상태에서 새로운 광결정을 만들어내는지 관찰하는 것으로 이 실험이 성공하면 수소 저장 용기의 재료 개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덕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우주 소음을 막을 수 있는 귀마개 실험은 귀마개 내에 마이크로폰을 달아 엔진 소음과 같은 주파수의 소리를 발생시켜 소음을 상쇄하는 공명 현상을 이용한 기기를 직접 테스트해보는 실험이다.

이 교수는 이 기기를 산업화하면 여행객들의 비행기 내 소음 감소나 각종 산업 현장의 소음 방지에 효과적인 제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 김치도 먹는다

한국인 우주인은 우주 체재기간 중 매일의 업무와 생활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이 영상을 기록하는 디지털 카메라도 우주에서 처음 사용하는 국산 제품이다.

따라서 이 카메라도 물론 성능을 시험받게 된다.

그리고 우주 식품으로 개발한 우주 김치를 먹어보는 일과 지구와의 교신 등도 고씨에게 부여된 임무다.


최기혁 항우연 우주인사업단장은 "고씨는 하루 평균 10시간씩 과학실험을 하며 실험 이외의 나머지 활동도 모두 평가받게 된다"며 "고씨는 우주비행사나 우주관광객 등이 아니라 우주실험전문가로 분류되며 한국은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에 이어 10번째 우주과학실험 수행 국가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