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에 참회와 자성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조계종 계파 간 알력과 종단 소속 사찰들의 잇단 비리 의혹,개신교계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피랍 인질 사건으로 사회적 비판에 직면한 '공격적 선교'와 '교회 위기론' 등이 참회의 대상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의회 격인 중앙종회는 지난 4일 열린 임시회에서 참회와 자정의 뜻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종립 동국대 문제를 비롯해 제주 관음사 등 각종 불교계 현안 문제로 불자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참회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이른 시일 내에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기구를 구성해 참회를 통한 자정의지를 실천하도록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을 결의했다.

이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이날 오전 중앙종회 개회 인사말을 통해 신정아씨 사건과 마곡사,관음사,백담사 등을 거론하며 종단 수장으로서 유감을 표시했다.

또 지난 3일에는 불교환경연대,참여불교재가연대 등 불교계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조계종단의 일대 쇄신을 위한 책임자들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조계종은 최근 들어 신씨 사건 뿐만 아니라 제주 관음사 주지직 인수인계 과정에서의 폭력사태,백담사 시주금 횡령의혹,봉선사 말사 주지임명과 관련한 금품수수 의혹,마곡사 주지의 국고보조금 횡령 및 배임사건,통도사 국고보조금 횡령 의혹에 대한 검찰 내사 등 잇단 비리사건 및 의혹에 시달려왔다.

개신교계에서도 참회와 고백이 잇따르고 있다.

장로교단 목사 150여명은 지난 4일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에서 '장로교목사안수 100주년 기념 참회 기도회'를 갖고 "오늘날 한국교회 위기의 원인이 우리에게 있다"고 고백했다.

김형태 연동교회 원로목사는 설교를 통해 "오늘날 우리 목사들은 교회를 향한 바깥 세상의 실망과 원망,정죄와 부정적인 비판을 들어야 한다"며 "이를 깨닫지 못하고 우리끼리 잘난 줄 알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은 스스로를 속이는 허위의식"이라고 질타했다.

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이날 발표한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관련 자료집 '한국교회와 선교에 주어진 새로운 도전'에서 "한국교회의 고립된 집단주의가 위기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교회라는 공동체가 내부 결속에만 치중해 사회적 영향력을 잃어버리고 소통의 통로조차 막아 버렸다는 것.기독교사회책임 등 6개 교계 단체도 성명을 발표하고 "기독교인들이 정부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행동한 것에 크게 반성하며,선교 전략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 수표교교회는 오는 9일과 16일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은준관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최일도 목사(다일공동체),이덕주 감신대 교수 등이 발제자로 나서는 두 차례의 '수표교교회 포럼'을 열어 한국사회 변화와 새로운 교회 역할을 모색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