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주문받으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고객과 시장이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브랜드를 만들거나 프랑스 브랜드를 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어요."

영원무역의 라이선스 브랜드인 노스페이스 론칭 10주년을 맞아 5일 서울 만리동 사옥에서 만난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60)은 "영원무역이 언제까지나 '글로벌 일류 OEM 업체'라는 타이틀에만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로 한국에 선보인 지 10주년을 맞은 노스페이스의 성공은 성 회장에게 자신감을 안겨 줬다.

"노스페이스는 영원무역이 단순 하청 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체형과 유행에 맞게 제품 기획까지 합니다.

노스페이스 브랜드로만 지난해 24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000억원까지 바라보고 있지요."

노스페이스 말고도 나이키 폴로 팀버랜드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매년 수백억원씩 영원무역에 OEM을 부탁하는 '고객'들이다.

"1976년 동업자 두 명과 함께 경기도 성남에 작은 가내 공장을 지으면서 첫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때 화이트스텍,에디바우어 등 일명 '오리털 파카(다운재킷)'를 주문받아 생산했어요. 국내에 처음 선보인 다운 재킷도 영원무역의 손을 거친 제품입니다. 고어텍스 등산복,1990년대 말에 나온 쿨맥스(흡수 발산력이 높은 소재) 와이셔츠 등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30년 넘게 성장해 온 영원무역은 연간 매출 7500억원,중국 베트남 인도 방글라데시 등 해외 공장을 포함해 종업원 5만5400명 규모인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자체 브랜드가 없어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증권업계에선 '알짜 기업'으로 통한다.

성 회장이 말하는 영원무역의 성공 비결은 OEM이라는 한우물을 판 덕분이다.

"사업 방향을 OEM에서 자체 브랜드로 바꾸는 것은 국수 장사가 갑자기 양식을 팔겠다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그래서 자체 브랜드를 갖는 일도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성 회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집 짓기'다.

고향인 경북 창녕에 한옥을 멋들어지게 복원했다.

건축에 대한 취미는 사업으로도 이어져 영원무역이 해외에 보유한 공장 부지를 개발하는 데로까지 발전했다.

성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인 남딘의 15만평 부지에 공동주택 지구,초·중·고등학교,타워형 아파트,호텔,병원 등 대규모 복합 단지를 조성키로 했다"며 "공단 개발 사업이 앞으로 영원무역의 수익원 중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