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9만가구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10만2701가구)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주택 분양을 서두르는 반면 실수요자들은 분양가 인하를 기대하면서 청약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있어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고 있다.

주택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인 남양주 진접지구에서 최근 분양된 아파트가 3순위 청약에서도 대거 미달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민간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가 첫 공급되는 올 12월까지는 실수요자들의 청약 지연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 미분양 물량이 연말에는 12만 가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주택시장 상황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주택공사,서울시 SH공사 등과 함께 '상황관리 체계'를 가동해 지역별·사업주체별로 매주 주택 공급 상황을 점검키로 하는 등 사실상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급증

5일 건교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올 6월 말 현재 8만9924가구로 한 달 사이에 1만1353가구(14.4%) 늘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지난 5월(7.1%)의 2배를 넘는 것이어서 미분양주택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추세다.

실제 시장에서는 지난 7월과 8월에 공급된 3만9505가구 가운데 30% 정도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998년 10만가구를 넘었던 미분양 주택은 2002년 2만4923가구로 급감했다가 2004년 6만9133가구,2006년 7만3772가구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뚜렷하다.

인천은 지난 6월 전월 대비 상승률이 143.9%에 달해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고,경기도는 56.7%에 달했다.

수도권 전체의 미분양 물량은 6월 말 현재 5560가구로 전달보다 56.4% 늘었다.

물량 자체로는 지방(8만4364가구)에 크게 못 미치지만,증가율에서는 지방(12.5%)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강원(27.4%) 대전(23.2%) 충남(22.3%) 경북(21.6%)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현재 대구(1만2489가구) 경남(1만2072가구) 충남(1만1245가구) 등 3개 지역은 미분양 주택이 1만가구를 넘고 있으며,부산도 9212가구에 달한다.


◆올해 말 12만가구 넘을 듯

문제는 앞으로 미분양 주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실제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난 8월 말까지 주택사업승인을 신청한 물량은 8만여가구나 된다.

이들 물량은 대부분 올 11월 말까지 분양승인 신청을 거쳐 연말과 내년 초에 걸쳐 분양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수요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대로 분양가가 인하되지 않는 주택들인 만큼 적지 않는 물량이 소화되지 못하고 미분양으로 쌓일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난 7월과 8월에도 미분양 물량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는 7∼8월 두 달 동안 분양된 아파트 주상복합 등 공동주택 3만9505가구 가운데 30% 정도인 1만∼1만2000여가구가 미분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에는 미분양 주택이 12만가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고민도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일단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고 보자는 방침에 따라 주택사업승인을 신청하기는 했지만 분양 시점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렇지만 하루에 수억원씩 하는 금융비용을 계속 부담하면서 분양을 미룰 수는 없는 형편이어서 고심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실수요자들은 현재보다 분양가가 15∼20% 싼 '상한제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공급되는 내년 이후로 청약시기를 미루는 분위기다.

청약가점이 높아 분양주택 당첨 확률이 큰 청약통장 가입자들일수록 이 같은 기류가 더 뚜렷하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