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있는 좌우명이다.

선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때부터 내려온 가훈이기도 하다.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려 놓은 MK(정몽구 회장의 영문 이니셜)식 경영철학은 '일근천하무난사'에 특유의 돌관정신(突貫精神·기운차게 어떤 일을 해나가는 정신)이 곁들여져 만들어졌다.

MK의 '트레이드 마크'인 현장 경영이나 품질 경영도 모두 '부지런함'과 '하면 된다'는 자세로부터 비롯됐다.

MK의 근면함은 현대정공 시절부터 몸에 뱄다.

그는 얼마 전 현대모비스 30년사 발간기념 특별 인터뷰를 통해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일군 현장 및 품질 경영 철학을 대부분 현대정공 시절 배웠다고 회고했다.

정 회장은 "현대정공 시절은 아주 좋은 경영 학습의 장이었으며 당시 경험들은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국내외 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챙기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현장 및 품질 경영은 일근천하무난사라는 좌우명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또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현장에서 느끼고,현장에서 해결한 뒤 확인까지 한다'는 삼현주의(三現主義)의 실천이 현장 경영의 요체였다"고 떠올렸다.

정 회장은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활발한 현장 경영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직접 발로 뛰는 '현장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7차례나 해외 법인을 찾았고 올 들어서도 인도 브라질 슬로바키아 체코 터키 등 5개국을 방문했다.

정 회장은 예고도 없이 계열사 등에 들이닥쳐 임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일도 적지 않다.

취임 초부터 품질 경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의 품질이 글로벌 명차 수준까지 올라서자 요즘 글로벌 경영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수시로 해외 법인을 방문,생산과 판매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독려한다.

권역별로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현지인의 눈높이에 맞는 마케팅 활동을 벌여야 판매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회장의 이 같은 해외 현장 경영은 자연스럽게 민간 외교활동으로도 이어졌다.

수시로 해외사업장을 방문하면서 현지 국가의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면담 등을 통해 민간 경제교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올 들어 동구권 국가와 남미를 순방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여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장쩌민 전 중국 주석을 비롯한 지도층을 자주 면담하며 현대차를 중국에 성공적으로 진출시킨 정 회장은 2003년 베이징 명예시민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5년 미국 앨라배마공장 준공식에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정도였다.

올해도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레젭 타입 에르도안 터키 총리 등을 만나 양국의 자동차산업 발전 및 경제교류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이런 MK를 두고 해외 언론에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비즈니스위크지와 아시아머니지는 정 회장을 '2004 최고의 CEO(자동차산업 부문)'와 '2004 한국의 베스트 CEO'로 뽑았다.

포브스지도 "정 회장이 현대차 성공의 원동력"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2005년 7월에는 미국의 유명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뉴스가 정 회장을 '2005년 자동차부문 아시아 최고의 CEO'로 선정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에 대한 해외 유명 언론들의 극찬은 현대·기아차그룹의 이미지 상승은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상도 크게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