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감이 부쩍 커지고 있다.

주택경기는 물론 소비 및 고용 관련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악화되고 있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하향 조정했으며 상당수 전문가들도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물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경제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사전적 의미는 경기후퇴다.

경기순환 국면상 최고 호황기에서 최저 침체기까지 이르는 과정을 넓은 의미의 침체라고 본다.

구체적으론 4분기 중 2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경우 침체에 빠진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 2분기 미 경제성장률은 4.0%에 달했다.

따라서 아무리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이 경제에 타격을 준다고 해도 성장률이 금세 뒷걸음질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최근 나타나는 경제지표는 심상치 않다.

주택경기 침체는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S&P가 집계한 지난 2분기 집값은 3.2% 하락해 1987년 이후 20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현재 매매계약이 진행 중인 주택을 나타내는 잠정주택판매지수도 지난 7월 89.9를 기록해 2001년 9월(89.8)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동안 미국 경기를 떠받쳐온 고용과 소비지표도 흔들리고 있다.

민간고용조사기관인 마이크로 이코노믹 어드바이저가 5일 발표한 ADP고용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중 새로 만들어진 민간부문 일자리는 3만8000개로 4년 만에 가장 적었다.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컨퍼런스보드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와 미시간대의 8월 소비자태도지수는 나란히 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에앞서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하반기 실적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올 미 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OECD는 이날 올 미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2.2%에서 2.0%로 올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골드만삭스가 올 성장률을 1.9%로 낮춘 것을 비롯해 대부분 투자은행들도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OECD의 장 필립 코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용 경색에 따른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도 "주택시장의 위기는 미 경제를 심각한 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리스크는 확실히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FRB와 행정부의 시각은 크게 바뀐 것 같지 않다.

FRB는 이날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주택경기가 타격을 입었지만 미 경제의 확장국면은 전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로버트 스틸 재무부 차관도 의회 청문회에서 "주택 등 일부 부문이 변화를 겪고 있지만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강조했다.

누구의 진단이 맞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만 봐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곤란할 것 같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