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발행하려는 기업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은행채 발행이 쏟아지면서 은행채 금리가 급등하자 회사채 금리도 덩달아 뛰고,기업들이 채권발행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올 들어 예금이 증권사 자금관리계좌(CMA)등으로 급속히 빠져나자 대출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CD와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은행들의 CD 순발행 규모는 21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조8000억원)의 7.5배에 달한다.

은행채는 1~8월 중 19조8000억원 늘었다.

문제는 채권에 대한 시장의 투자기반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공급(발행)이 늘어난 만큼 시장에서 소화(투자)되면 문제가 없는데 CD나 채권의 주요 투자처인 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자금이 계속 빠지면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은행 등 예금기관들도 예금이탈로 채권시장에서 운용할 자금여력이 줄면서 채권투자에 소극적이다.

그러다 보니 CD와 은행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은행채(AAA등급) 3년물의 경우 국고채 3년물과 비교한 금리차(스프레드)가 올초 0.19%포인트에서 0.4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CD금리는 6일 현재 연 5.32%로 올 들어 0.4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투자자들이 같은 값이면 회사채보다 안전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은행채를 선호하면서 회사채 발행 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채권발행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1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입찰과정에서 발행금리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계획 자체를 취소했다.

일부 기업들이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자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CP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CP발행 역시 단기물인 CD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여의치 않다는 게 증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은행예금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구조적인 현상이 최근 회사채 금리 상승의 근본 배경"이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해외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까지 국내 채권발행 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 회사채 금리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