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 가짜 학력 파문이 우리 사회를 온통 뒤흔들고 있다.

촉망받던 젊은 여교수가 가짜 학위 가짜 논문을 이용해 교수직을 얻고 광주비엔날레 감독으로 임명됐다는 사실 자체부터 충격을 던지더니 이제는 거물급 인사의 배후설까지 제기되며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미적대던 검찰도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수사에 착수해 후폭풍이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파장 또한 대단히 크다.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교수 연예인 등의 허위 학력이 줄줄이 사탕처럼 밝혀지는가 하면 스스로 학벌이 잘못됐음을 고백하는 사례 또한 적지 않다.

학력검증 대행서비스를 시작한 대학교육협의회에는 파문의 진원지인 대학은 물론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 등에서도 소속 직원들의 학력을 검증해 달라는 요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이처럼 거짓과 위선과 허세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은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무수한 사람들이 인정도 받지 못한 교육기관으로부터 받은 학위를 근거로 교수직을 따내고,버젓이 명사 행세를 해온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심지어 종교계에 몸을 담고 있어 거짓과는 담을 쌓은 것처럼 보이는 분들까지 무더기로 허위 박사 학위를 취득해 이를 이용하고 있었다니 우리 사회의 도덕불감증은 정말 상상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더욱 곤혹스럽게 생각되는 것은 허위 학력만이 아니라 논문에 대한 문제까지 따지고 들어가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점이다.

논문 표절이나 대필이 성행해왔다는 것은 사실 공공연한 비밀에 해당한다.

국무총리나 대학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사람들조차 논문 표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이 드러난 형편이고 보면 이런 행태가 대학사회에 얼마나 널리 퍼져 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 점에서 신정아씨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거짓과 도덕불감증을 타파하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참됨과 능력이 평가받을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신정아씨 사건 수사는 철저히 이뤄져야 하고 이해하기 힘든 과정이 있었다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만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

학력 검증 바람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위조 학력을 이용해 취업이나 승진 등에서 부당한 혜택을 입은 사실이 드러나는 사람에 대해선 지금이라도 경중을 따져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게 옳다.

나아가 지금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논문 표절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논문 표절 문제만 제기되면 대학사회 전체가 공포에 떨 것이란 이야기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모르는체 비켜가는 것은 결코 올바른 일이 아니다.

짚을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

거짓과 도덕불감증에 찌들어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사회를 바로잡으려면 진리 추구를 생명으로 하는 대학사회부터 앞장서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사회 전반으로 그런 움직임이 확산돼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검증시스템을 만들고,사회 분위기를 바꿔나갈 수만 있다면 신정아씨 사건은 오히려 축복이 될 수 있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