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촌의 대명사격인 서울 강남.하지만 재테크 및 자녀교육 선호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가 서로 다르고 같은 강남구라도 압구정동과 대치동이 또 다르다.

분명 3개 지역 주민들 대부분은 대한민국 평균 이상의 부자이지만 같은 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

몇 년 전 강남지점에서 근무할 때의 얘기다.

당시 강북지역에서 강남구로 이사온 지 얼마 안 되는 한 중년 부인이 창구 상담을 와서 강남에 진입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자식에게 해줄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인맥을 형성해 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중산층 이상이 모여 산다는 강남에서 학교를 다니면 자연스레 톱클래스의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죠.학창시절의 친구는 평생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인맥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이보다 더 큰 재산이 어디 있겠습니까.

강남구 부자들은 이 부인처럼 인맥형성을 통한 신분상승 욕구가 남다른 편이다.

특히 교육특구로 꼽히는 대치동 일대가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다.

자녀교육으로 맺어진 인연은 재테크 사랑방으로까지 발전한다.

자녀를 통해 친해진 아줌마들끼리 친목모임을 결성,투자정보를 공유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투자 성향도 다분히 공격적이다.

주로 관내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사고팔며 큰 돈을 번 사람이 적지 않다.

신흥부자가 많은 이유다.

최근 들어 부동산 경기가 시들해지자 주식(펀드 포함)비율을 60%까지 높이는 등 금융자산 취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은마,개포주공 등 재건축 아파트 움직임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같은 강남구지만 압구정동은 대치동과 다르다.

대치동은 신분상승의 꿈을 안고 자녀교육 등을 위해 온 신흥부자가 많다면,압구정동은 지위와 재력을 오랜기간 유지해온 고위공무원,대기업 임원,그리고 개인사업가 등이 주를 이룬다.

재테크도 아파트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상가 및 오피스 위주의 투자를 선호한다.

서초구 부자는 압구정동 부자보다 더욱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나타낸다.

강남 개발초기에 이주해와 지금까지 거주하는 터줏대감의 구성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법원 검찰청 등 법조타운이 위치한 관계로 판·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과 공무원이 많이 거주하는 것도 이런 투자성향에 일조하는 듯하다.

서초구 부자의 보수성에 대한 단적인 예가 반포주공 1단지다.

1970년대 세워진 이곳은 현재 대부분이 재건축 대상이다.

그러나 지금도 단지 내 수목이 울창하고 마치 공원을 연상케 하는 조경으로 인해 재건축을 원하지 않는 주민들이 많다.

리모델링을 통해 현재의 쾌적함을 유지하고자 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

재건축이 한창인 송파구 잠실주공과는 확연히 다르다.

때문에 서초구에는 부동산 붐을 타고 아파트 등을 사고팔아 부자가 된 사람은 많지 않다.

재테크도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땅이나 상가 등을 통해 임대 수입,그리고 비과세 확정형 금융상품에 투자해 이자를 얻는 보수적인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주식도 직접투자보다 펀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녀교육도 마찬가지다.

굳이 자녀의 국내 명문대 입학을 위해 목을 매지 않는다.

대신 바로 유학 보내는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송파구는 강남 3구 중 가장 젊은 지역이다.

최근 재건축이 완료돼 입주 중인 잠실3,4단지 등에는 강남구나 서초구 등지에서 전입해오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

강남구나 서초구에 거주하는 부모들이 자녀용으로 잠실 재건축아파트를 사뒀다가 증여한 케이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부자들은 젊은 만큼 투자성향도 공격적이다.

부동산보다는 주식 펀드 등 금융자산에 여윳돈을 집중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에 소득의 70% 이상 불입하는 고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송파구 부자들은 이 일대의 미래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서울의 부는 동쪽으로 이동한다는 설을 믿고 있다.

1970년대에는 구반포,1980년대 압구정 현대,1990년대 삼풍,2000년대 대치동,그리고 2010년대에는 부의 핵심이 송파로 옮겨 온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사실 이 지역의 개발호재만 해도 각종 재건축아파트와 제2롯데월드가 들어설 잠실을 비롯해 송파신도시,문정동 법조단지,동남권 유통단지,장지·거여 택지개발지구 등 단순 열거하는 것조차 숨이 찰 지경이다.

하지만 송파구가 강남구나 서초구를 능가하는 핵심부촌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잠실 재건축 단지들이 고밀도로 개발되면서 교통이나 주거환경이 상당히 열악해질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서울시와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에 있지만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이 강한 편이다.

강남 부자들에 대한 이 같은 도식화가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이에 맞지 않는 사례도 많은 게 사실이다.

전통부자들이 산다는 서초구에도 최근 삼성타운 입주와 함께 신흥 부자의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게 한 예다.

하지만 지역적 분위기를 간과하고 재테크 조언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는 게 일선 창구 직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재테크는 시대적 분위기는 물론 지역적 분위기도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잠실PB센터 정해원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