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한국 친구들은 남들이 한국을 칭찬하는 얘기를 들으면 금세 눈가에 미소를 띠며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친선을 얘기하다가도,누군가 한국의 부족한 점을 비판하면 갑자기 얼굴 가득 서릿발을 세우며 반박에 나서는가 하면,심지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면서 화를 내기도 한다. 그 험악함은 가히 공포감을 줄 정도이다.'

2000년부터 2년간 이화여대에 교환 교수로 머물다 중국으로 돌아간 쿵칭둥(孔慶東) 베이징대 교수는 신간 '한국쾌담'(김태성 옮김,올림)에서 한국인의 단면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2002 월드컵 축구대회 기간에 온 국민이 길거리 응원을 펼칠 때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한국인들과 함께 어울려 열광하지 않거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을 하면 한국인들은 금세 "우리 한국을 좋아하지 않느냐?" 혹은 "당신은 동양 사람 아니냐?" 하고 따져대기 때문이다.'

그는 또 일부 한국인들이 너무 속좁고 난폭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억압과 항쟁으로 얼룩진 한국 근대사의 직접적 영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바둑 천재 이창호와 직접 겨룬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는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움에 임하는 결전의 정신을 갖고,완벽하게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며,만분의 1밖에 안 되는 기회일지라도 악착같이 움켜쥐려 하는' 한국인의 근성을 되비춘다.

승리해도 울고 패배해도 우는 모습에서는 '샌드위치 반도민족'의 속성을 읽어낸다.

그의 시각으로 본 한국 사회의 과제와 해법은 이렇다.

"현재 한국의 지식인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급선무는 극단주의적 사유 방식과 전제와 민주 사이에서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양자택일적 논쟁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구체적인 '중도'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도'는 다양한 의견들의 산술 평균치도 아니고 현실의 조건을 고려하지 않는 주관적인 억측도 아니다.

마땅히 다수의 국민들이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주도적 공통 인식이어야 한다."

조선 시대의 '해동속소학'에 나오는 얘기와 베스트셀러 '퇴마록' 등 고금을 아우르는 그의 한국론은 때로 아프고,때로 통쾌하다.

287쪽,1만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