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동의명령제 도입안을 놓고 법무부가 사실상 원안 통과를 반대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마련된 공청회에서조차 법무부는 "원칙적으로 도입에 찬성하지만 대신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내놔야 한다"는 등의 무리한 주장을 펼쳐 본질과는 무관한 권한 다툼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동의명령제 도입 방안에 관한 공청회 개최 결과'를 7일 발표하고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소비자들의 원활한 피해보상을 위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동의명령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기업에 스스로 시정할 기회를 주고 이에 대한 공정위와의 합의로 사건을 종결시키는 제도다.

손인옥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위법성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기업 측이 자발적으로 이러이러한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끌어낼 수 있어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행정기관에 의해 유죄협상 절차가 생겨나면 사법적 판단 절차가 없어지고마는 문제가 생기는 등 동의명령제 도입이 한국의 법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하면서 여전히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 및 검찰과의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로써 동의명령제 도입 논의는 기업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를 살리기 보다는 두 규제 기관 간의 권한 싸움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미 현행법에서 동의명령이 있는 경우에도 검찰총장이 고발요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며 "법무부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