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최근의 미국 서브프라임발(發) 신용 위기가 1987년의 블랙먼데이,1998년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와 같은 역사적인 금융위기와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그린스펀 전 의장이 '브루킹스 페이퍼스'라는 학술지가 워싱턴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 7주 동안 일어난 금융시장의 행동들이 여러 측면에서 1987년과 1998년의 위기와 닮았다"며 "1837년 미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1907년 미국 은행업 위기도 기본적으로 현재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자칫 잘못 대응했다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서 촉발된 지금의 신용 경색이 역사에 기록될 만한 금융위기로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경기를 확장시키는 근본 요인이 '자아 도취(euphoria)'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도취는 인간 본성에 내재돼 있는 것으로 한 번 불이 붙으면 몇년 간 경제를 활황으로 이끈 뒤 결국 커다란 거품을 형성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렇게 만들어진 버블은 과열된 분위기가 (큰 충격으로) 깨지지 않는 한 지속된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이어 "거품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경향이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고 조언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