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주택금융 문제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또 7,8월 연속 콜금리 인상의 주요 배경이 됐던 과잉유동성 문제에 대해 "(과잉) 유동성이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란 걱정이 있었는데 그동안 상당한 금리 조정이 있었고,자산가격 상승 기대감도 많이 누그러졌다"고 언급,당분간 시장 상황을 관망할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부동산PF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주택금융 부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은도 1~2년 전부터 부동산 PF에 관심을 갖고 조사를 하고 있으며 수시로 감독당국이나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부동산 PF와 관련된 제2,제3 금융회사들의 부실 문제를 경계심을 갖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최근 몇몇 지방 건설사의 부도로 인해 부동산 PF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이 총재는 그러나 "최근 한두 개 지방 건설사 부도로 (주택금융시장의) 위험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금융회사가 손실을 입은 것은 없다"며 시장의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이 총재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와 관련,국내 실물경제는 별다른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실물쪽 영향은 결국 미국의 주택시장,미국의 소비수요,이로 인한 미국의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수요에서 파급될텐데 그것이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주식과 외환시장의 가격변동이 심해지긴했지만 평소 상태에 가깝게 돌아왔기 때문에 국내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특히 "내년 성장률이 올해(4%대 중반)보다 조금 높을 것으로 본 기존의 전망대로 경제가 순항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회의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은 새로 발표되는 물가 경기 금융지표의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7월 발표문의 "인상조정된 콜금리는 여전히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금리인상 시사),8월의 "이번 콜금리 인상으로 금융완화의 정도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판단된다"(금리동결 시사)는 표현과 비교할 때 상당히 '중립적'이다.

그러나 이 총재가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겠지만 우리가 목표로 세운 중심선(3%)보다는 조금 낮을 것으로 보여 크게 걱정 안한다"라고 발언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콜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날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은 각각 0.05%포인트씩 하락했다.

다만 91일물 CD(양도성예금증서)는 시장의 수급 상황 등으로 인해 0.01%포인트 올랐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