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3) 포도농사 지으며 주식으로 30억 번 조신희씨 … "주식투자는 농사와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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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희씨(39)는 경기도 김포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농삿꾼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농부가 아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달달 외우고 있는 주식박사다. 그를 만나 얘기를 나눠보면 명쾌하고 해박한 논리가 제도권 펀드매니저 저리가라 할 정도다. 그렇다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주식 차트를 쳐다보는 전업투자자는 결코 아니다. 그냥 주식을 일상 생활처럼 즐길 뿐이다.
그의 하루 일과를 보면 여느 농부와 다를 게 없다. 낮에는 포도밭에 나가 열심히 일한다. 다른 점은 하루 일과 중 딱 1시간 정도 주식 분석에 할애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주식에만 올인하지 않고서도 지난 10년간 종잣돈 1000만원을 무려 30억원으로 불리는 엄청난 투자성과를 올렸다. 샐러리맨으로선 도저히 만질 수 없는 돈이다.
그도 처음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대학시절 고시공부를 하다 적성이 아니라고 판단,졸업 후 부동산개발회사에서 1년반 일했다. 하지만 천성이 조직생활에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고향으로 가 부모님이 하던 포도농사를 거들며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지금은 30억원대의 자산을 굴리는 큰손이 됐다. 조씨는 "일반 투자자들도 나처럼만 하면 절대 잃지 않는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며 비결을 털어놨다.
조씨의 투자 비결 중 첫 번째는 틈새전략이다. 이른바 '갭(Gap)'을 공략하는 것이다. 가령 조씨가 즐겨 사용하는 투자법 중 하나가 우선주 투자다. 보통주와 우선주 간 가격차이(괴리율)가 큰 종목,다시 말해 보통주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낮게 거래되는 우선주를 사서 묻어두는 것이다. 그가 투자하기에 적절하다고 보는 괴리율은 50% 안팎이다. 즉 보통주 주가에 비해 우선주가 절반 정도이면 매입해 괴리율이 80% 이상 될 때까지 들고 있으면 된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보통주가 저평가돼 있어야 한다. 여기에다 자산가치가 우수하면 더 좋다. 조씨는 "이런 보통주가 있다면 그 자체로서도 매력적인데 그보다 훨씬 싼 우선주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투자법으로 큰 돈을 번 사례가 BYC 우선주,삼성전자 우선주,S-Oil 우선주 투자였다. BYC 우선주는 3년 전 2만원대에 매입해 아직까지 들고 있다. 현재 9만원대로 4배 이상 올랐지만 여전히 보통주(20만원대) 대비 지나치게 할인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우선주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BYC 우선주를 비롯 CJ 삼양사 대한제당 우선주 등을 들었다.
조씨가 10년 전 처음 주식에 관심을 가질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당시에는 국내 굴지 대기업들의 해외 증시 상장이 유행이었는데 국내 주식(원주)과 해외 DR(주식예탁증서) 간 가격차이가 심하게 벌어지곤 했다. 특히 외국인 지분한도 적용을 받은 SK텔레콤과 포스코 같은 주식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SK텔레콤 주가는 50만원에 불과했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된 DR 가격은 100만원을 웃돌았다. SK텔레콤 지분한도에 묶여 국내 주식을 살 수 없었던 외국인이 DR를 대거 매수하면서 벌어진 격차였다. 조씨는 당연히 SK텔레콤 주가도 DR 가격에 따라갈 것으로 보고 대거 매입했으며 2년 뒤 3배 이상의 수익을 남겼다. 그는 한때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실권주만 공략해 큰 돈을 벌기도 했다.
조씨의 또 다른 투자원칙은 '의심을 갖고,자신의 관점으로 보라'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유명한 투자 전문가가 추천한 종목이라 해도 말만 듣고 투자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스스로의 눈으로 확인하고 자신이 아는 지식과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 가치를 검증한 후 확신이 들면 그때서야 비로소 투자한다. 모 종목의 경우 자산가치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전국의 보유 토지자산을 모두 뒤져 등기부등본까지 떼본 후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시가를 확인,장부가와 비교해본 적도 있다. 그는 "상당수 기업이 수년간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아 재무제표상 자산가치와 실제 자산가치가 크게 차이난다"며 "이런 경우는 직접 발품을 팔아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10년간 투자하다 보니 나름대로 종목을 선정하는 안목이 생겼다. 기업의 청산가치로 불리는 PBR(주가순자산비율)가 1배 미만인 기업이면서 부채가 거의 없고 10~20년 이상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이면 안성맞춤이다. "밀가루나 설탕 통신 전기 가스 부동산임대 등 필수소비재와 같은 업종에 이런 기업이 많다"고 그는 귀띔했다.
그는 주식을 고를 때 거래량이 많고 적음은 고려하지 않는다. 어차피 장기적으로 주가는 거래량에 상관없이 기업의 본질가치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배당금의 많고 적음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 흔히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배당을 중시하지만 그의 생각은 좀 다르다. 오히려 현재 이익에 비해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은 주가가 저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주식투자의 철칙으로 통하는 손절매도 그는 안 한다. 극도로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했는데 주가가 빠지면 오히려 추가 매입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조씨는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투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반도체 시황이나 금리 변수에 영향을 받는 주식은 아예 투자대상에서 제외한다. 자신이 아무리 연구해도 그 분야 전문가를 따라잡을 수는 없어서다. 이 같은 생각에서 그는 주가 차트도 무시한다. 그는 또 "주식공부는 꼭 책을 읽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 또한 처음 주식에 입문할 때는 PER(주가수익비율) 개념조차 몰랐지만 경제신문을 정독하며 하나씩 익혀나갔고,모르는 용어나 제도가 나오면 직접 기업이나 거래소 금융감독원에 전화해 일일이 물어보며 배워나갔다고 말했다.
조씨는 "결론적으로 직업을 가진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간단하다"며 "주식투자도 농사처럼 좋은 씨를 뿌려놓고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게 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그의 하루 일과를 보면 여느 농부와 다를 게 없다. 낮에는 포도밭에 나가 열심히 일한다. 다른 점은 하루 일과 중 딱 1시간 정도 주식 분석에 할애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주식에만 올인하지 않고서도 지난 10년간 종잣돈 1000만원을 무려 30억원으로 불리는 엄청난 투자성과를 올렸다. 샐러리맨으로선 도저히 만질 수 없는 돈이다.
그도 처음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대학시절 고시공부를 하다 적성이 아니라고 판단,졸업 후 부동산개발회사에서 1년반 일했다. 하지만 천성이 조직생활에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고향으로 가 부모님이 하던 포도농사를 거들며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지금은 30억원대의 자산을 굴리는 큰손이 됐다. 조씨는 "일반 투자자들도 나처럼만 하면 절대 잃지 않는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며 비결을 털어놨다.
조씨의 투자 비결 중 첫 번째는 틈새전략이다. 이른바 '갭(Gap)'을 공략하는 것이다. 가령 조씨가 즐겨 사용하는 투자법 중 하나가 우선주 투자다. 보통주와 우선주 간 가격차이(괴리율)가 큰 종목,다시 말해 보통주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낮게 거래되는 우선주를 사서 묻어두는 것이다. 그가 투자하기에 적절하다고 보는 괴리율은 50% 안팎이다. 즉 보통주 주가에 비해 우선주가 절반 정도이면 매입해 괴리율이 80% 이상 될 때까지 들고 있으면 된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보통주가 저평가돼 있어야 한다. 여기에다 자산가치가 우수하면 더 좋다. 조씨는 "이런 보통주가 있다면 그 자체로서도 매력적인데 그보다 훨씬 싼 우선주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투자법으로 큰 돈을 번 사례가 BYC 우선주,삼성전자 우선주,S-Oil 우선주 투자였다. BYC 우선주는 3년 전 2만원대에 매입해 아직까지 들고 있다. 현재 9만원대로 4배 이상 올랐지만 여전히 보통주(20만원대) 대비 지나치게 할인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우선주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BYC 우선주를 비롯 CJ 삼양사 대한제당 우선주 등을 들었다.
조씨가 10년 전 처음 주식에 관심을 가질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당시에는 국내 굴지 대기업들의 해외 증시 상장이 유행이었는데 국내 주식(원주)과 해외 DR(주식예탁증서) 간 가격차이가 심하게 벌어지곤 했다. 특히 외국인 지분한도 적용을 받은 SK텔레콤과 포스코 같은 주식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SK텔레콤 주가는 50만원에 불과했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된 DR 가격은 100만원을 웃돌았다. SK텔레콤 지분한도에 묶여 국내 주식을 살 수 없었던 외국인이 DR를 대거 매수하면서 벌어진 격차였다. 조씨는 당연히 SK텔레콤 주가도 DR 가격에 따라갈 것으로 보고 대거 매입했으며 2년 뒤 3배 이상의 수익을 남겼다. 그는 한때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실권주만 공략해 큰 돈을 벌기도 했다.
조씨의 또 다른 투자원칙은 '의심을 갖고,자신의 관점으로 보라'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유명한 투자 전문가가 추천한 종목이라 해도 말만 듣고 투자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스스로의 눈으로 확인하고 자신이 아는 지식과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 가치를 검증한 후 확신이 들면 그때서야 비로소 투자한다. 모 종목의 경우 자산가치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전국의 보유 토지자산을 모두 뒤져 등기부등본까지 떼본 후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시가를 확인,장부가와 비교해본 적도 있다. 그는 "상당수 기업이 수년간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아 재무제표상 자산가치와 실제 자산가치가 크게 차이난다"며 "이런 경우는 직접 발품을 팔아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10년간 투자하다 보니 나름대로 종목을 선정하는 안목이 생겼다. 기업의 청산가치로 불리는 PBR(주가순자산비율)가 1배 미만인 기업이면서 부채가 거의 없고 10~20년 이상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이면 안성맞춤이다. "밀가루나 설탕 통신 전기 가스 부동산임대 등 필수소비재와 같은 업종에 이런 기업이 많다"고 그는 귀띔했다.
그는 주식을 고를 때 거래량이 많고 적음은 고려하지 않는다. 어차피 장기적으로 주가는 거래량에 상관없이 기업의 본질가치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배당금의 많고 적음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 흔히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배당을 중시하지만 그의 생각은 좀 다르다. 오히려 현재 이익에 비해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은 주가가 저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주식투자의 철칙으로 통하는 손절매도 그는 안 한다. 극도로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했는데 주가가 빠지면 오히려 추가 매입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조씨는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투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반도체 시황이나 금리 변수에 영향을 받는 주식은 아예 투자대상에서 제외한다. 자신이 아무리 연구해도 그 분야 전문가를 따라잡을 수는 없어서다. 이 같은 생각에서 그는 주가 차트도 무시한다. 그는 또 "주식공부는 꼭 책을 읽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 또한 처음 주식에 입문할 때는 PER(주가수익비율) 개념조차 몰랐지만 경제신문을 정독하며 하나씩 익혀나갔고,모르는 용어나 제도가 나오면 직접 기업이나 거래소 금융감독원에 전화해 일일이 물어보며 배워나갔다고 말했다.
조씨는 "결론적으로 직업을 가진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간단하다"며 "주식투자도 농사처럼 좋은 씨를 뿌려놓고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게 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