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레스토랑 정복기 A~Z] 뭘 마셔야 할지 고민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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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소믈리에를 만들어라
보험회사 법인영업 담당 간부인 김정민씨(37)는 거의 매일 거래처 사람들과 점심 저녁을 먹으면서 고민거리가 생겼다.
반주로 맥주나 양주보다 와인을 찾는 동석자가 늘고 있는데 와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지부터가 난감하다.
"책을 보자니 시간도 없고,봐도 잘 모르겠고…"라는 게 김씨의 솔직한 고백이다.
김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와인 초보자들을 위해 서울 인사동 와인 레스토랑 '민가다헌'의 신우식 소믈리에(28)와 함께 '와인 정복하는 법 A∼Z'를 알아본다.
◆원하는 취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
초보자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뭘 마실까?'이다.
수십종의 와인 목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보면 대충 어디선가 이름이라도 들어본 와인을 시키거나 그날 모임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가격만 고려해 주문하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단골 소믈리에'를 정해두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신 소믈리에는 "소믈리에와 친해지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와인을 권해줄 뿐만 아니라 프로모션용 와인을 추천받는 위험도 피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주문할 때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취향에 맞는 와인을 고르는 방법이다.
예컨대 '떫지 않으면서 과일향이 나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레드와인' 혹은 '묵직하고 강한 레드와인'과 같은 식으로 원하는 취향을 말하면 된다.
신 소믈리에는 "전자의 경우 5만원 안팎의 신대륙(칠레,호주,아르헨티나 등) 와인을,후자는 10만원 이상의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추천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을 마셔보고 싶다'는 식으로 나라별 가이드 라인만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더라도 가격은 와인 선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변수다.
레스토랑들은 공급 가격 5만원 이하는 3배,5만∼10만원대 와인은 2.5배,10만원 이상은 2배의 마진을 붙여 파는 것이 보통이다.
신 소믈리에는 "와인 소매점 판매가격이 14만원인 '티냐넬로'를 15만원에 파는 와인바가 있을 정도로 항상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며 "여러 곳을 다니면서 유독 값싸게 나온 와인을 찾는 것도 재미"라고 말했다.
◆테이스팅(시음)은 자신 있게
와인을 고른 다음에 넘어야 할 '산'은 테이스팅이다.
신 소믈리에는 "테이스팅의 목적은 와인의 변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맛에 안 맞는다고 해서 무작정 바꿔달라는 것은 결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주문한 와인이 소믈리에가 미리 알려준 맛의 특성과 한참 동떨어졌다면 어떻게 할까.
신 소믈리에는 "여러 차례 마셔본 와인을 추천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드물긴 하지만 소믈리에도 인정할 만큼 맛의 차이가 느껴진다면 교환해 준다"고 말했다.
테이스팅은 호스트(host)의 특권.보통 네 가지 과정으로 이뤄진다.
우선 코르크 마개에 와인이 젖은 정도(마개 꼭대기까지 젖었다면 와인이 넘친 것으로 변질됐을 가능성이 높다)를 눈과 코로 확인한 다음 소믈리에가 따라준 한 모금 분량의 와인 향을 맡는다.
향의 음미는 와인을 따른 그대로 한 번(first nose),한쪽 방향으로 원을 그리듯 잔을 돌린 다음 또 한 번(second nose)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맛을 보고 소믈리에에게 'OK' 사인을 보내면 끝이다.
신 소믈리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자연스러움"이라며 "가장 난감할 때는 '그냥 주세요'라고 해놓고 나중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혹은 테이스팅이 끝났는데도 아무런 신호 없이 손님들끼리 환담을 주고받는 경우"라고 말했다.
◆디캔팅은 꼭 필요할 때만
시음이 끝나면 디캔팅(decanting,와인을 다른 병에 따라 공기와 섞이도록 하는 것으로 보통 침전물을 제거하는 게 주 목적)을 하는데 '꼭 해야 하는가'를 놓고 논란이 많다.
세계적 와인 컨설턴트인 미셸 롤랑은 지난해 11월 방한했을 때 "와인을 마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한 온도"라며 "디캔팅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 소믈리에는 "'신의 물방울'이란 일본 만화 때문에 무조건 디캔팅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잦다"며 "보는 즐거움을 위해서 혹은 오래 묵은 와인의 침전물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필요할 수도 있지만 디캔팅이 오히려 와인 본연의 맛에 해를 끼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엄경자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는 "병을 오픈해서 코르크 마개를 열어둔 채 와인을 다 비울 때까지 1∼2시간 동안 잔마다 달라지는 와인의 변화를 음미하는 게 더 즐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인을 받을 때는 잔 밑받침대에 손을 '살짝'
난생 처음 호스트로서 와인을 접대하며 어려운 '고비'를 무사히 넘긴 김정민씨.이제 맛있게 와인과 음식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신 소믈리에는 "흔히 잔에 와인을 따를 때 민망하다고 잔을 두 손으로 잡고 들곤 하는데 이러면 따라주는 사람이 힘들어질 수 있으니 그냥 있거나 잔의 밑 받침대에 손을 살짝 대면 된다"고 조언했다.
잔을 잡는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가 많지만 이에 관해 특별한 원칙은 없다.
신 소믈리에는 "잔의 다리 밑부분을 잡는 게 보통이긴 하지만 자신이 편하다면 잔을 손바닥으로 거머줘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나이프와 포크를 4시20분 방향으로 놓으면 식사를 끝냈다는 표시라는 것도 알아두면 요긴한 식사 예절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보험회사 법인영업 담당 간부인 김정민씨(37)는 거의 매일 거래처 사람들과 점심 저녁을 먹으면서 고민거리가 생겼다.
반주로 맥주나 양주보다 와인을 찾는 동석자가 늘고 있는데 와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지부터가 난감하다.
"책을 보자니 시간도 없고,봐도 잘 모르겠고…"라는 게 김씨의 솔직한 고백이다.
김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와인 초보자들을 위해 서울 인사동 와인 레스토랑 '민가다헌'의 신우식 소믈리에(28)와 함께 '와인 정복하는 법 A∼Z'를 알아본다.
◆원하는 취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
초보자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뭘 마실까?'이다.
수십종의 와인 목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보면 대충 어디선가 이름이라도 들어본 와인을 시키거나 그날 모임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가격만 고려해 주문하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단골 소믈리에'를 정해두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신 소믈리에는 "소믈리에와 친해지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와인을 권해줄 뿐만 아니라 프로모션용 와인을 추천받는 위험도 피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주문할 때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취향에 맞는 와인을 고르는 방법이다.
예컨대 '떫지 않으면서 과일향이 나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레드와인' 혹은 '묵직하고 강한 레드와인'과 같은 식으로 원하는 취향을 말하면 된다.
신 소믈리에는 "전자의 경우 5만원 안팎의 신대륙(칠레,호주,아르헨티나 등) 와인을,후자는 10만원 이상의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추천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을 마셔보고 싶다'는 식으로 나라별 가이드 라인만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더라도 가격은 와인 선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변수다.
레스토랑들은 공급 가격 5만원 이하는 3배,5만∼10만원대 와인은 2.5배,10만원 이상은 2배의 마진을 붙여 파는 것이 보통이다.
신 소믈리에는 "와인 소매점 판매가격이 14만원인 '티냐넬로'를 15만원에 파는 와인바가 있을 정도로 항상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며 "여러 곳을 다니면서 유독 값싸게 나온 와인을 찾는 것도 재미"라고 말했다.
◆테이스팅(시음)은 자신 있게
와인을 고른 다음에 넘어야 할 '산'은 테이스팅이다.
신 소믈리에는 "테이스팅의 목적은 와인의 변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맛에 안 맞는다고 해서 무작정 바꿔달라는 것은 결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주문한 와인이 소믈리에가 미리 알려준 맛의 특성과 한참 동떨어졌다면 어떻게 할까.
신 소믈리에는 "여러 차례 마셔본 와인을 추천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드물긴 하지만 소믈리에도 인정할 만큼 맛의 차이가 느껴진다면 교환해 준다"고 말했다.
테이스팅은 호스트(host)의 특권.보통 네 가지 과정으로 이뤄진다.
우선 코르크 마개에 와인이 젖은 정도(마개 꼭대기까지 젖었다면 와인이 넘친 것으로 변질됐을 가능성이 높다)를 눈과 코로 확인한 다음 소믈리에가 따라준 한 모금 분량의 와인 향을 맡는다.
향의 음미는 와인을 따른 그대로 한 번(first nose),한쪽 방향으로 원을 그리듯 잔을 돌린 다음 또 한 번(second nose)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맛을 보고 소믈리에에게 'OK' 사인을 보내면 끝이다.
신 소믈리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자연스러움"이라며 "가장 난감할 때는 '그냥 주세요'라고 해놓고 나중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혹은 테이스팅이 끝났는데도 아무런 신호 없이 손님들끼리 환담을 주고받는 경우"라고 말했다.
◆디캔팅은 꼭 필요할 때만
시음이 끝나면 디캔팅(decanting,와인을 다른 병에 따라 공기와 섞이도록 하는 것으로 보통 침전물을 제거하는 게 주 목적)을 하는데 '꼭 해야 하는가'를 놓고 논란이 많다.
세계적 와인 컨설턴트인 미셸 롤랑은 지난해 11월 방한했을 때 "와인을 마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한 온도"라며 "디캔팅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 소믈리에는 "'신의 물방울'이란 일본 만화 때문에 무조건 디캔팅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잦다"며 "보는 즐거움을 위해서 혹은 오래 묵은 와인의 침전물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필요할 수도 있지만 디캔팅이 오히려 와인 본연의 맛에 해를 끼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엄경자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는 "병을 오픈해서 코르크 마개를 열어둔 채 와인을 다 비울 때까지 1∼2시간 동안 잔마다 달라지는 와인의 변화를 음미하는 게 더 즐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인을 받을 때는 잔 밑받침대에 손을 '살짝'
난생 처음 호스트로서 와인을 접대하며 어려운 '고비'를 무사히 넘긴 김정민씨.이제 맛있게 와인과 음식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신 소믈리에는 "흔히 잔에 와인을 따를 때 민망하다고 잔을 두 손으로 잡고 들곤 하는데 이러면 따라주는 사람이 힘들어질 수 있으니 그냥 있거나 잔의 밑 받침대에 손을 살짝 대면 된다"고 조언했다.
잔을 잡는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가 많지만 이에 관해 특별한 원칙은 없다.
신 소믈리에는 "잔의 다리 밑부분을 잡는 게 보통이긴 하지만 자신이 편하다면 잔을 손바닥으로 거머줘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나이프와 포크를 4시20분 방향으로 놓으면 식사를 끝냈다는 표시라는 것도 알아두면 요긴한 식사 예절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