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러햄 링컨은 워낙 잘 알려진 인물이어서 그에 관한 리더십 책이 또 나왔다는 말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펼쳐 들었다.

그러나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전율하는 감동을 느꼈고 이내 책 속으로 빠져 들었다.

30년간 활동한 사학자로서 하버드 대학에서 대통령학을 가르쳤던 도리스 컨스 굿윈 박사가 10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권력의 조건(원제;Team of Rivals)'(이수연 옮김,21세기북스)이라는 책에서 링컨의 리더십을 새롭게 조명했다.

이 책에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는 링컨의 통합과 화해의 리더십이다.

"적일지라도 끌어안으라.포용력이 진정한 권력을 만든다"는 메시지가 전 편을 통해 흐르고 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링컨은 정치적인 라이벌들을 내각에 끌어들여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팀을 구성한다.

공화당 공천 과정에서 격렬하게 싸웠던 세 명의 정적을 국무장관,재무장관,법무장관에 임명하고 반대당인 민주당 출신의 세 사람을 해군장관,우정장관,전쟁장관에 낙점함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링컨보다 더 유명하고 더 많은 교육을 받았고 공직 경력도 더 풍부했다.

스타 각료들에게 가려 무명 변호사 출신인 대통령은 갈등을 조절하지 못하고 좌초해 빛을 보지 못할 운명에 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관들 스스로 링컨이 진정한 대통령임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처음에 대통령을 우습게 여겼던 장관들이 대통령의 능력과 인품에 매료되어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이 책에서 실감나게 읽을 수 있다.

링컨의 포용 리더십은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의 덕목들을 포함하고 있다.

링컨은 비전과 원칙과 명분을 중시하는 삶을 살았고 그것은 노예해방으로 구체화되었다.

그의 포용력은 그와 대립했던 남부의 적대 세력에게까지 일관되게 적용됨으로써 더욱 빛났다.

그는 남부가 노예제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마음속 깊이 이해했으며,전쟁이 끝난 뒤에도 빠른 복구를 위해 남부의 지도자들을 용서했다.

그리고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남부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관용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 책은 가장 약체 후보였던 링컨이 어떻게 강적들을 물리치고 공천을 받아 대통령이 되었고,이후 그들과 어떻게 연합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진정한 권력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주인공에게만 초점을 맞춘 딱딱한 전기가 아니라,링컨의 삶을 아름다운 조연들과 함께 생생하고 박진감 있게 그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이 관심을 더욱 끄는 것은 오늘 우리의 정치 현실,대통령 선거,노사문제,남북관계,대외정책 등에서 소중한 해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링컨의 포용 리더십은 과거가 현재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며 "국민과 인류의 행복을 위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가르친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리더들에게 링컨의 포용력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역사는 반복하면서 진화한다는 것을 느끼며 이 책을 읽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인다고 말하고 싶다.

독서의 계절에 지혜와 희망을 전해주며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책이다.

832쪽,2만8000원.

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장



◆함께 읽으면 좋아요

◇통합의 리더 대통령 링컨(리처드 카워딘 지음,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옮김,북스타)=영국 옥스퍼드대 역사학과 교수가 쓴 링컨의 민주적 리더십 분석서.

◇링컨의 T-메일(톰 휠러 지음,임동진 옮김,소화)=링컨이 남북전쟁 때 T-메일(전신)을 통해 발휘한 21세기형 현장경영 리더십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