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뮤지컬 시장 규모가 지난해의 두 배나 되는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인터넷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ENT 등에 따르면 올해 국내 뮤지컬 관람권 매출 총액은 1800억∼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에 매출액 100억원대의 '대박'을 터뜨린 '퀴담'을 비롯해 '캣츠''맘마미아' 등의 히트작들이 잇따른 데다 하반기 들어서도 '뷰티풀 게임''시카고''텔 미 온 어 선데이''스위니 토드' 등 수작들이 대거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영화·음반 시장의 불황에 따른 투자자금 유입 확대 △국내 뮤지컬의 수출 확대 △브로드웨이와 국내 공연의 시차 축소 등도 뮤지컬 시장 활황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작들이 흥행몰이 견인=인터파크ENT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공연된 뮤지컬은 715편으로 지난해 상반기(443편)보다 61%나 늘어났다.

작품 수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내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예술 서커스 '퀴담' 등 새로운 장르의 작품들까지 더해져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지난 2일 막을 내린 '맨 오브 라만차'는 톱스타 조승우를 주연으로 내세우면서 2005년 초연 당시 매출(12억원·32회 공연)의 두 배를 넘는 25억원(40회 공연)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시카고''텔 미 온 어 선데이' 등 브로드웨이에서 흥행성을 검증받은 라이선스 공연들이 풍성하게 준비돼 있어 활황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는 "대작 오리지널 뮤지컬이 지난해에는 9개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캣츠' 등 15개에 달했다"며 "대작들이 늘면서 관객 수도 덩달아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업 인터파크ENT 대표는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규모(1000억원)를 능가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2000년대 들어 매년 20%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라고 말했다.

◆뮤지컬 시장,왜 급성장하나=뮤지컬 시장의 급팽창은 여러 요인들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우선 브로드웨이와 국내 공연의 시차가 좁아지면서 최신 작품들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뮤지컬 기획·제작사 쇼노트의 이가영 과장은 "해외 작품의 수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작품이 국내 무대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한 두 달로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영화와 음반 시장이 침체되면서 투자자들이 뮤지컬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캣츠''맘마미아' 등은 국내 1위 영화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돈을 댄 작품이다.

국내 뮤지컬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대장금'과 '달고나'가 일본에 팔리는 등 수출이 잘 되면서 창작 뮤지컬의 수익성도 크게 좋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뮤지컬 시장의 급성장은 고무적이지만 수준 낮은 작품의 양산과 제작사들의 '제 살 깎기'식 수입 경쟁은 큰 문제"라며 "외형 성장과 더불어 관객 저변 확대 등 질적인 성장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