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포럼 참석차 訪韓…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

"돈은 곧 힘입니다.

돈을 가지면 누구나 스스로 강하다고 느끼게 되죠."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총재(66)는 오는 12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여성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과 함께 세계여성포럼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10일 이화여대를 방문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력'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유누스 총재는 "비록 손에 당장 쥔 현금이 없더라도 은행 계좌에 돈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스스로 힘이 있다고 느낀다"며 "경제력을 가진 사람이 가정 내에서도 힘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유누스 총재는 가난한 이들에게 경제력을 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을 창시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남성이 아닌 여성 빈민들에게 대출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기존의 은행들은 남성들에게만 대출을 해줬어요.

여성이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으면 남편을 데려오라고 하기 일쑤죠.비단 방글라데시뿐만이 아닙니다.

선진국이라는 스위스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대출 고객은 730만명.이 중 97%가 여성 고객이다.

1983년 설립 당시 1%에 불과했던 여성 비율을 50%로 높이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유누스 총재는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는 이유에 대해 "여성이 돈을 벌면 아이들에게 혜택이 가고,가정이 달라지며,조금씩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남성이 돈을 벌게 되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참을성이 부족해 현재를 위해 있는 돈을 다 써버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그라민은행의 정책에 대해 남성들의 불만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초창기 '남편'들의 반발이 극심했다"며 "하지만 여성에게 대출을 해주는 게 사회를 바꾸는 데 더 큰 효력을 발휘한다고 확신했기에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으로 방글라데시 여성들에게 경제력이 생기면서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먼저 빈곤율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90년대 매년 1%씩 떨어지던 빈곤율이 2000년대 들어 2%씩 감소했다.

지금 추세라면 2015년까지 빈곤율을 50%로 감소시키자는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를 달성하는 몇 안 되는 개발도상국이 될 수 있다.

매년 경제성장률도 6.5%에 달한다.

방글라데시 경제는 현재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유누스 총재는 "이 같은 사회 경제적 변화는 여성들이 경제력을 가지고,이를 통해 사회 참여도가 높아진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를 뒷받침할 분명한 근거로 인구성장률 감소를 들었다.

현재 방글라데시의 평균 출산율은 1.4명에 불과하다.

평균 출산율이 6.5명이었던 25년 전에 비해 현격히 줄었고,다른 이슬람 국가들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끝으로 그는 한국에서도 한 곳이 마이크로 크레디트 제도를 도입한 것에 대해 "가난한 사람들이 은행에서 거부당하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도 비슷하다"며 "핵심은 은행권이 단 한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고 모든 사람을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마무리했다.

유누스 총재는 11일 이화여대에서 명예철학박사학위를 받는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