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8시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명동 방향으로 출발한 143번 시내버스에서는 "버스비를 내지 말라"는 버스기사의 말에 "오늘이 무슨 날인데 버스비를 안 받느냐"며 의아해 하는 승객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지하철 2·3호선 환승역 교대역에서는 지하철은 요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시민이 "버스는 공짜인데,지하철은 왜 요금을 징수하느냐"며 역무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깜빡하고 현금으로 차비를 낸 시민이 버스비를 돌려받지 못해 기사와 말싸움을 하기도 했다.

차 없는 날 행사는 서울시가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날 하룻동안 종로거리 2.8㎞의 승용차 통행을 막고 출근시간대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 요금을 받지 않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날 시내 곳곳에서 벌어진 혼란과 관련해 "2개월 전부터 행사내용과 취지를 알리는 캠페인을 시작했지만,시민들에게 전달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며 "홍보를 강화해 내년에 실시될 행사에서는 시민불편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서울시의 주장처럼 홍보가 강화되면 행사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도는 높아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날 출근길에 서울시 곳곳에서 벌어진 혼란으로 미뤄 짐작컨대 인지도가 높아지더라도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선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시행초기에 환영을 받았던 이 행사는 그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도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는 대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다.

호주 멜버른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시의회가 차 없는 날 도입을 제안한 데 대해 멜버른시가 속해 있는 빅토리아주 존 브럼비 지사는 "차 없는 날은 전형적인 정치쇼"라며 도입불가 소신을 분명히 했다.

'공공복리(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개인권리(승용차 이용)가 희생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설득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행사가 진행된다면,차 없는 날 행사는 몇 년이 지나도 전시행정이 될것이다.

이런 행사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멜버른시처럼 과감하게 포기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송종현 사회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