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A씨는 국민은행에서 '프랜드 카드'를 신청했다.

이 카드의 부가서비스가 좋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프랜드 카드 발급 신청을 거절당했다.

국민은행 거래 실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은행에는 단골이나 우량고객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

이런 상품은 은행 입장에서 밑지고 파는 게 대부분이어서 열심히 알리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은행에서 '쉬쉬'하며 파는 상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찾아서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전 은행의 ATM 수수료가 무료인 상품

HSBC의 '실세금리저축예금'이 소리 소문 없이 팔고 있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수시입출식 예금인 이 상품은 24시간 내내 국내 모든 은행의 자동화기기(CD·ATM)를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처음 가입 시 한 번만 100만원 이상 입급하면 무료 이용 횟수 제한도 없다.

심지어 일부 편의점의 자동화기기 수수료도 면제받는다.

만약 HSBC의 또 다른 수시입출식 예금인 '다이렉트 뱅킹'과 이 상품을 함께 가지고 있으면 혜택이 두 배가 된다.

다이렉트 뱅킹 계좌에 돈을 묻어두면서 5%의 이자를 받고 출금할 필요가 있는 돈만 실세금리저축예금으로 옮겨 아무 은행의 자동화기기에서 무료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HSBC는 실세금리저축예금을 주로 프리미어 고객들에게만 판매한다.

일반 고객들에게는 은행 입장에서 비용이 덜 드는 다이렉트 뱅킹을 권유한다.

HSBC 관계자는 "실세금리저축예금은 프리미어 고객(예금이나 펀드 등을 포함해 예치자산 1억원 이상인 고객)들을 상대로 한 상품이어서 모든 사람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고 말했다.


◆선택된 고객만 가입할 수 있는 카드

거래 실적이 있는 우량고객들만 가입할 수 있는 카드도 많다.

국민은행의 프랜드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은 국민은행으로부터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국민은행 카드를 쓰는 고객 중 까다로운 심사 요건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만 발급되기 때문이다.

이 카드는 초년도 연회비가 없으며 연간 100만원 이상만 쓰면 그 다음 해 연회비도 면제받는다.

대신 플래티늄 등급의 항공 마일리지 적립률이나 주유 할인율을 적용받는다.

신한은행이나 LG카드가 판매하는 '동화면세점 트래블카드'도 기존 거래 실적이 있는 고객들만 가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회원들은 처음에 다른 카드를 발급받았다가 일정 실적을 쌓은 뒤 이 트래블 카드로 교체 발급받기도 한다.

카드를 받은 뒤 한 번만 쓰면 연회비를 면제받으며 결제액 1500원당 아시아나 항공 2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다.

일부 제휴 호텔에서는 발레파킹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농협의 '사학연금 제휴카드'나 기업은행의 '뱅키스 더 파인카드'도 일정 조건을 채워야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두 상품 모두 사실상 연회비가 없고 전월 실적에 관계 없이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농협이나 기업은행은 가입자 범위가 제한돼 있거나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 두 상품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량 고객들에게 파는 상품에 일반 회원들을 무더기로 가입시켜 주면 은행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상품에 한해 널리 알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